[한-호주 FTA] 자동차 '방긋'…철강·정유 '갸우뚱'
[한-호주 FTA] 자동차 '방긋'…철강·정유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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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이은선·송윤주 기자] 한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자동차 관세를 3년 내에 모두 철폐키로 함에 따라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동차와 함께 주요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철강, 정유업계의 경우 기대만큼 FTA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업계 "수출 확대 기대"
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이번 FTA 합의안으로 배기량 3000㏄ 이하 국산 차량은 호주시장에서 기존 관세 5%가 즉시 폐지되며 기타 배기량 품목들도 2년 뒤 관세가 모두 없어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시장에서 국내 5대 완성차 업체는 총 13만5551대를 수출했다. 이들 차량의 평균 가격은 1만4500달러(약 1417만원)로, 이번 관세 철폐에 따라 차량가격의 약 4.8%인 700달러(68만원)가량의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오는 2017년부터 호주 자동차시장이 수입중심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FTA 활용을 통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최근 호주 내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포드, GM,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각각 2016년, 2017년에 호주 내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키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자동차 판매량의 대부분이 국내 생산에서 수입으로 전환돼 완성차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FTA가 본격 발효되면 가솔린 중·소형차와 디젤 소형차를 중심으로 수출하는 국내업체의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김태년 KAMA 통상팀 이사는 "우리 업계는 관세 부담을 덜게 됐고, 경쟁 업체들은 현지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 철강·정유업계 "기대효과? 글쎄"
자동차와 함께 대(對) 호주 교역 비중이 높은 수출 품목으로 경유·휘발유·철 구조물 등이, 수입품목으로는 철광석·유연탄·원유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번 FTA가 정유·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호주에서 주로 수입하는 철광석과 유연탄은 이미 사실상 무관세인 상태이기 때문에 FTA 체결로 인한 수입가격 인하 효과는 거의 없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가격의 경우 관세보다는 원료가격을 결정하는 계약 당시 상황이나 시세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FTA 체결 효과는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수출 역시 정부 기대만큼의 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호주 수출 분량은 총 29만2042톤으로, 전체 수출(2919만1000톤)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호주 수출량이 많은 편도 아니며 대부분의 철강제품에 반덤핑이 걸려 있기 때문에 FTA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는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상위 철강업체들도 호주 지역 수출물량이 적어 FTA 체결로 인한 판매 증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는 호주의 철강재 구조물, 철강재 플렉시블 튜빙, 유정용 기타 케이싱 등 제품들에 대한 대 세계 수입액이 1억달러 이상 달하는데다 최근 4년간 연평균 30% 이상 수입증가율을 나타낸 만큼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정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주에 대한 국내 정유업체들의 석유제품 수출 역시 FTA 체결 전부터 이미 무관세인 상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FTA와 무관하게 국내 석유업체의 호주 수출비중은 2011년 2.8%에서 지난해 6.4%로 증가하는 등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무관세인 무역환경과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려는 국내업체들의 노력에 따른 것인 만큼 FTA에 따른 추가적인 판매 증대효과가 크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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