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 속 유통업계, 긴축경영 돌입
'경영 위기' 속 유통업계, 긴축경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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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 늪에 위기의식 고조

[서울파이낸스 남라다 임초롱기자]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유통업계가 비상경영을 넘어 긴축경영에 돌입한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각 계열사 사장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용 절감 대책을 수립하고 있고, 신세계그룹은 올 하반기 직원들의 성과급을 삭감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올 하반기도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형마트·백화점 실적 '빨간불'

올 상반기 유통업계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장기 불황이 장기화 되고 세월호 참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급격히 냉각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파격 할인 공세를 펼쳤으나,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1일~6월30일) 대형마트 3사의 매출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이마트는 전년 대비 0.3%, 롯데마트는 2.9%, 홈플러스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대형마트는 2012년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와 내수 침체가 맞물리면서 소비가 극도로 위축돼 올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다"면서 "지속적인 할인 마케팅에도 좀처럼 소비자 지갑을 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은 역신장은 면했지만 소폭 상승에 그쳐 매출 정체기를 맞고 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했던 롯데·신세계 백화점 3사는 지난해와 비교해 1~4%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성장 정체기를 맞은 롯데백화점의 매출 성장률은 기존점 기준으로 4.2%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1.1% 성장했다.

더욱이 유통업계는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해져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위축으로 인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편의점, 맥주사업 등 신 사업을 향한 투자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며 "실적이 부진한 만큼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한 비용 절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허리띠 졸라매자"…유통업계, 긴축경영 돌입

우선 롯데쇼핑은 내실경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마트 각 계열사 사장을 중심으로 각개전투 양상을 띠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 이원준 대표이사가 처음으로 주재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비상경영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직접 TFT의 팀장을 맡고, 각 부문의 임원들이 팀원으로 합류했다. 대표이사가 직접 팀장을 맡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로, 최근 경기불황과 사회적 분위기로 인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 TFT는 매출 증대 방안과 비용 절감 방안을 직접 내놓는 역할을 하면서 매달 정례회의 때마다 매출 상황과 비용절감 노력을 직접 점검한다.

지난 3월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한 롯데마트는 노병용 사장 주도로 수익성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노 사장은 지난 3월 임원 회의에서 "최근 경영환경은 지금까지 그 어떤 위기보다도 심각하고, 상황이 너무 어렵다. 전사 차원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고강도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일단 신규 채용을 전면 동결하고, 예산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또 롯데쇼핑은 부동산 구입 비용도 감축하고 나섰다. 롯데쇼핑은 줄곧 점포를 매입한 후 매장을 운영하는 경영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실적이 예전만 못하자 최근에는 자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7개 점포를 매각하고 세일앤리스백(sale&lease-back, 매각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실 롯데는 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 경쟁사에 매장을 빼앗기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매입 방식을 취해 왔으나, 부동산에 자금을 묶어 두기 보다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투자하기 위한 계산다.

신세계그룹은 비용절감을 위해 올 하반기 인센티브(상여금) 삭감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인센티브 삭감 폭은 전년 동기대비 10~20%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인센티브 삭감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맞지만 확실치는 않다"며 "과거에도 요즘과 같이 실적이 부진 상황에서도 직원 사기를 고려해 인센티브를 비슷하게 지급한 전례도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불황이 지속되자 임대료 절감을 위해 강남에 위치한 현재 본사를 강서, 판교 등으로 이전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좀처럼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마저도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현재 강남구 역삼동 삼정빌딩 15개 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전 유력지인 강서점은 현재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이전할 경우 10층으로 건물 증축이 불가피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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