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통상임금 판결…자동차업계 혼란 증폭
'오락가락' 통상임금 판결…자동차업계 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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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심선고 연기…노사갈등 장기화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통상임금 확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려 자동차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가 다음달까지 연기되면서 관련 논란으로 인한 노사의 진통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6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원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관련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7일로 예정된 1심 선고를 연기하기로 지난 5일 결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사에게 오는 19일까지 현대차 노사 양측에게 보강된 자료를 받고 21일 오후 3시 50분 변론기일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표성이 있는 현대차 노조의 통상임금 판결은 이후 비슷한 재판 뿐만 아니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재판부에서도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선고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직급별 대표로 선발된 이들 23명은 지난해 말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고용부 지침에 따라 상여금의 경우 근무일이 15일 미만미면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사는 올해 임협 합의안에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통해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노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확대 여부 안건을 포함한 개선된 임금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 이번 판결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올해 임단협에서 별도 기구를 통해 통상임금 확대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노조원들이 대규모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는 확언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에 대한 판결을 내린 이후 유사한 개별 소송의 판결에 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고정성 요건에 대해 도중에 퇴직한 사람에게 일할 계산해서 상여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고정성이 충족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부산지방법원은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와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정기상여금을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고정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 여부도 저마다 다르게 나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여금을 소급적용해서 통상임금에 포함했을 때 회사에게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광주지법은 지난 5월 한국지엠의 소송에서 신의칙적용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되 이를 소급 적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반면 르노삼성의 소송에서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았다. 통상임금 확대 시 사측이 부담해야할 비용과 더불어 당기순이익 및 매출액 등 회사의 경영 실적에 대한 일관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르노삼성 측은 "1심 법원의 판단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기준과 상이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철강업계, 유통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서 통상임금의 하급심 판결을 인정하지 못하고 제기한 항소도 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노조원 4만7000여명은 각각 미지급 임금으로 80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급분과 추가 임금 등을 포함하면 현대차가 부담해야할 인건비는 5조3000억원 이상, 그룹 전체에 적용하면 13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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