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시장, 81%가 공모밴드 상단서 책정"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 최근 유가증권시장 입성 채비에 한창인 미래에셋생명이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간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공모가가 밴드 하단에도 못 미친 750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이 상장 이후 오랜기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한 만큼 미래에셋생명의 낮은 공모가가 오히려 저평가 매력을 부각시키며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예년보다 활기를 띠면서 상장주관 증권사들이 책정하는 공모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통상 공모가는 기업 가치분석을 토대로 매겨지기 때문에 대다수의 기업들은 해당 가격이 높게 책정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아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기업IR 컨설팅업체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이 중 81% 기업의 공모가가 공모밴드 상단에서 책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이 100%인 기업도 제노포커스, 에스케이디앤디, 코아스템, 경보제약 등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세화아이엠씨와 엔에스쇼핑, 코스닥시장의 픽셀플러스와 싸이맥스 등 4개사 모두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형성됐지만, 상장 직후 공모가 수준에서 맴돌거나 하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의 화인베스틸과 씨에스윈드가 코스닥시장의 데브시스터즈, 신화콘텍, 덕신하우징, 아진엑스텍 등이 공모가 대비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면서 일각에서는 높은 공모가가 오히려 투자자들은 물론 기업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2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160억 달러로 진행한 페이스북은 주당 38달러(이날 환율 기준 4만2484원)의 공모가로 나스닥에 입성했지만 상장 5개월 만에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시장의 기대치에 기반한 '거품'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투자손실과 함께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다.
통상 IPO시장에선 공모가가 곧 기업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은 공모가 올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모 물량을 받은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도 상장일 매도 차익을 노리기 때문에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주관 증권사 입장에서도 공모가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공모가 '뻥튀기'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2007년, 공모가가 하락할 경우 주관사에서 공모가로 되사주는 '풋백옵션 제도'가 폐지되면서 증권사들이 더 이상 공모가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는 점도 공모가 뻥튀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IPO시장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시장 참여를 꺼리게 돼 오히려 적정 공모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8일 코스피 상장 예정기업인 미래에셋생명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공모가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생보사의 전반적인 업황 부진이 주된 요인이지만, 오히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향후 경쟁사 대비 양호한 주가흐름이 기대된다는 진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PO시장에서 투자 손실이 종종 발생하면 기업공개 주관업무를 수행한 증권회사는 향후 기업공개를 할 때에 투자자들을 유치하기가 어렵게 된다"며 "따라서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않고 적정 가격을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