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년] 지원금 차별 해소됐지만…중소 유통점 폐업 속출
[단통법 1년] 지원금 차별 해소됐지만…중소 유통점 폐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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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손님이 줄어든 신도림 테크노마트(사진=박진형기자)

이통사 직영점까지 15% 추가지원금 지급

[서울파이낸스 박진형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다음달 1일 시행 1년차를 맞이한다. 지원금 차별지급 해소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이동통신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중소 유통점(대리점 및 판매점)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22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시장 침체로 인해 중소 유통점의 30%가 폐업을 한 상태다.

온라인 직영 쇼핑몰, 대리점, 판매점 등에서 지급할 수 있는 공시지원금이 최대 33만원으로 같아지자 발품을 팔지 않고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이용자가 많아진 탓이다.

단말기유통법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가 번호이동 가입자에 한해 게릴라식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막고, 소비자간 혜택을 공평하게 배분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현재 이통사들은 신규가입, 번호이동, 기기변경과 상관없이 개통 시 가입하는 요금제 수준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측정해 지급한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등을 통해 지원금을 많이 주는 이른바 '성지(聖地)'의 위치를 공유해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관련 정보에 밝지 않는 사람들은 같은 유통점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해도 더 낮은 지원금을 받는 것이 문제였다. 즉, 단말기유통법이 정보 취약층에게도 남들과 같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셈이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국회의원은 최근 국회감사에서 이동통신사들의 직영점은 늘었지만 중소 유통점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진형기자)

그러나 중소 유통점들의 폐업이 잇따르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판매점들이 많아 가격비교를 위해 소비자들이 찾던 집단상가에도 발길이 뚝 끊겼다.

최근 갤럭시S6를 구매한 박모씨(30)는 "어디든 지원금이 같기 때문에 집 근처 대리점에서 샀다"며 "같은 금액(지원금)이면 판매점보다 대리점(직영점)이 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 차별 지원금으로 인해 이른바 '호갱'이 된 피해자들이 많아 판매점보다는 직영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심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15% 추가지원금'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직영점까지 15% 추가지원금을 준다는 점에서 판매점의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은 공시지원금 대비 15%를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만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고,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자회사인 PS&M(블루골드)와 KT M&S를 통해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자회사의 지분 100% 갖고 있지만,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15% 추가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판매점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것은 직영점(자회사 대리점 포함)이 15% 추가할인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판매점이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이통사와 직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산한 강변 테크노마트 (사진=박진형기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를 중심으로 유통점들은 △직영점의 15% 추가지원금 제한 △직영점 출점 제한 등을 주장해왔지만 좌절됐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 8월 두 조항이 담기지 않은 중소 유통점 상생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이통사가 법 앞에서는 대리점이고 소비자 앞에서는 직영점이라는 입장이다"며 "협회는 단말기유통법 제정 초기부터 소상공인 경쟁력 차원에서 15% 추가지원금은 전속 대리점과 판매점에만 지급하자고 주장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기기변경의 수요가 높아졌지만 판매장려금은 번호이동, 신규가입에 비해 낮다"며 "똑같이 팔아도 기기변경 비중이 높아서 실제 수익이 예전의 30~5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단말기유통법 이후 이동통신 시장은 번호이동 중심에서 기기변경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가 기기변경 판매장려금을 번호이동에 비해 낮게 책정하면서 중소 유통점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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