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인터넷銀 대항마로 모바일 선점 '총력전'
은행들, 인터넷銀 대항마로 모바일 선점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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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위비뱅크', 신한 '써니뱅크', 하나 '원큐뱅크' 등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비대면 금융 규제가 풀린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은행권의 영업전쟁이 모바일 시장으로 옮겨붙었다. 간편 송금과 환전, 중금리 대출 등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

이는 시장 장악력이 높은 ICT 기업들이 합류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염두에 둔 행보다. 일단 익숙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모바일 채널 특성을 감안할 때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바일뱅크 영역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지난해 5월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범한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KT가 주도하는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이와 별개로 위비뱅크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석달 만에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플랫폼 사업부를 신설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추진 조직도 새로 꾸렸다.

위비뱅크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77만명이며, 출범과 함께 내놓은 중금리 대출 상품 '위비모바일 신용대출' 실행액은 이미 1300억원을 돌파했다. 대출 상한액이 1000만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수치다. 신규고객 이용률도 30%에 달하며, 메신저인 위비톡 가입자는 140만명을 넘어섰다. 매일 아침 금융 정보와 오늘의 운세를 보내주고, 맛집 리스트 등의 생활 서비스를 탑재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8월 '위비마켓'도 선보인다. 우량 중소기업들의 상품을 올리고, 고객들이 살 수 있도록 중개 업무를 맡는다. 이 과정에서 우수 중소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반영한 신용대출로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위비마켓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깔려있다. 위비뱅크는 이미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브라질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미 모바일뱅크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위비뱅크의 주요 컨텐츠를 K뱅크가 초기에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K뱅크는 제도적 규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대신 자본 규모가 작고, 위비뱅크는 은행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보니 양 쪽 모두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두 사업 모두 적극 추진하자는 기조"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비대면 규제 완화와 함께 출범한 신한은행의 '써니뱅크'도 환전과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디지털뱅킹부를 디지털뱅킹그룹으로 승격하고 모바일전문은행인 '써니뱅크'를 전담하는 사업부를 별도로 꾸렸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써니뱅크는 출범 당시부터 베트남 시장에 동시 진출했다.

써니뱅크의 '써니 스피드업 누구나 환전' 서비스는 언제든 환전 신청이 가능하고, 기존 거래 고객이 아니어도 우대 환율을 적용한다. 환전 건수만 63만건을 넘어섰고, 환전 금액도 4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자동차 대출상품인 '써니 마이카 대출'의 경우 출시 5개월 만에 대출액 1300억원을 돌파했다. 써니뱅크에서 중고차 매물, 신차 정보를 제공하고, 선정된 딜러들이 마이카 대출을 소개해주는 구조다. 마이카 대출은 베트남 써니뱅크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원큐뱅크(1Q Bank)'를 통한 해외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캐나다 원큐뱅크의 계좌수는 2만좌를 넘어섰고, 올해 5월에는 중국 시장도 진출했다. 현지 은행이나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 번호 만으로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는 '1Q 트랜스퍼' 서비스도 국내 최초로 지원했다.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간편 송금이 가능하며, 이달에는 캐나다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24개 진출 국가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카카오 뱅크에 참여하고 있는 KB국민은행도 지난달 말 리브(Liiv)를 자체 출시해 모바일뱅크 시장에 뒤늦게 합류했다. 생활 밀착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 모임 회원명부와 일정관리를 대신해주고, 경조사나 회비도 관리할 수 있다. 간편 선물 기능과 함께 더치페이 금액을 계산해주고 간편하게 송금도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카카오 뱅크와는 별개로 금융서비스는 스타뱅크, 생활 서비스 수요는 리브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표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은행권이 모바일뱅크를 선제적으로 저변을 깔아두면서 시장 여건이 원활히 조성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을 통해 규제 분야도 보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경쟁 구도가 핀테크를 빨리 자리잡게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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