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익일물 비중 높을 때 차환리스크도 높아"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단기금융시장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의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가 마련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초단기성 상품인 익일물 편중현상 해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기일물 활용 유인이 현재로서 크지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자본시장연구원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3월 유관기관들과 단기금융시장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최근 콜시장 규제에 따른 반사 수혜로 기관간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RP시장 내 익일물 편중현상이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익일물 비중이 높을 경우 차환리스크도 높게 유지된다는 점에 착안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금융위를 비롯해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예탁결제원 등 TF 유관기관과 증권사, 운용사, 은행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기일물 RP시장 활성화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했으나 현실적으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기일물을 활용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함께 제시했다.
김도형 NH-Amundi자산운용 MMF 팀장은 "최근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순자산 기준 130조원을 달성하는 등 크게 늘었다"며 "매입 가능 자산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일물 시장 활성화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당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며 "수요 측에서는 기일물로 자금을 조달 시 유동성을 제약해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므로 익일물 활용이 유리하고, 공급 측에서도 익일물로 매일 돌리면 되는 만큼 굳이 기일물을 쓸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동희 SC제일은행 자금팀 상무 또한 "기일물 RP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RP시장의 문제가 채권시장 전체의 문제로 발전할 소지가 있는 만큼 금융회사들은 유동성 관리와 관련해 타이트하게 접근하고 금융당국도 규제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기호 미래에셋대우 머니마켓팀 팀장도 "Repo(RP)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타격이 컸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Repo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체할 자금조달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단기금융시장 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때 규제당국이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사 상황이 반복될 경우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긍정적 학습효과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정종기 한국자금중개 자금시장부 팀장은 "작년 11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속 은행 차입이 증가하면서 양도증서(CD) 등 단기채 금리가 급등한 때가 있었다"며 "당시 한국은행이 빠르게 RP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중개기관 입장에서) 대응이 편했다"고 회상했다.
금융위 측은 기일물 시장 활성화의 당위를 설명하는 데 설명의 주안점을 뒀다. 당장은 익일물 사용이 금융투자업계 입장에선 편한 방도일 수 있으나 나중에 금융위기가 재발할 경우 리스크가 증폭된다는 이유에서다.
강영수 금융위 금융시장분석과장은 "(기일물에 대한) 수요가 없는데 왜 활성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듣는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만약 어려운 상황이 되면 리스크가 증폭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제적 조치 차원으로 이해해달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증권사의 자금조달 방안으로 가장 어울리는 것은 증권으로, 이를 담보로 한 자금조달 이후가 Repo, 국공채 순"이라며 "이를 튼튼하게 갖춰놓은 후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때 무차입담보 등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강 과장은 한국예탁결제원 중앙청산소(GCF)의 듀레이션이나 중도상환 등을 손보는 과정에서 시장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금리 산정 과정과 주기, 거래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