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동상이몽(同床異夢)…당국 수장 '혁신성장'·정무위원장 '규제개혁'
금융 동상이몽(同床異夢)…당국 수장 '혁신성장'·정무위원장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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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올 한해 가장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입니다"(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산업은 생산적인 분야에 적시에 자금을 공급해 수익을 창출하고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합니다"(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

무술년(戊戌年)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금융당국 수뇌부는 '혁신성장'을 금융 본연의 역할로 강조했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혁신 분야에 과감하게 자금을 공급해달라고 금융권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반면 국회 정무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혁신 주문에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끈다. 금융사들이 정책감독기관의 규제의 틀 안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며 규제 혁파 의지를 나타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인사들이 앞으로 나아갈 금융정책 방향에 대해 시각차를 보이면서 '금융 동상이몽(同床異夢)'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금융회사 대표를 비롯해 정부관계자, 국회의원 등 1100명의 인사가 참여했다. 참석자 중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이 신년사를 했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과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은 격려사를 했다. 

▲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개최한 '2018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금융계 수장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금융위·금감원, 혁신금융 '한 목소리'= 금융당국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금융권이 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 관행에서 탈피해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소명을 다해달라는 주문이다. 사실상 금융사들에게 혁신분야 지원에 힘써달라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 부위원장은 "가장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이라며 "(금융사들은) '생산적 금융'을 구체화해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창업에서 성장, 회수, 재기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성장 사이클에 맞춰 필요한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금융과 실물경제의 연결고리를 치밀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며 "정책자금 지원체계를 재조정하고 실질적 투자은행(IB) 기능을 활성화 해 창업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금융사들이 혁신분야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원장은 "아직까지 우리 금융은 4차 산업혁명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영업형태의 변화를 위한 혁신이 부족해 자금중개 기능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금융산업은 생산적인 분야에 적시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경제 활력을 높여 국민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며 "혁신분야는 성장과 고용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장 규제 혁파 당부 = 반면 자유한국당 소속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개혁과제 중 하나인 과감한 규제 혁파를 당부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 전반의 규제와 감독이 강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데다, 앞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혁신금융을 강하게 주문한 자리였던 터라 김 위원장의 격려사는 눈길을 끌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과 함께 금융규제를 주로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장이 오히려 규제 개혁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금융에서 삼성전자 같은 금융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대한민국 금융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미래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 패러다임에 갇힌 정책 등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역수주행 부진즉퇴(逆水行舟 不進則退)'란 구절을 인용해 "한국 금융은 나아가지 않으면 멈춘 것이 아니라 떠밀려 퇴출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책금융기관은 금융을 산업으로 발전시킬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각종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라며 "회사운영과 영업방식 등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규제와 감독 수행은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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