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우리회사 생보사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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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집중, 보험판매 '뒷전'…설계사들 불만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미래에셋생명의 펀드판매 규모는 생보업계에서 독보적이다. 설계사를 통한 판매액만 1조3000억원으로 2위사인 삼성생명의 전 판매채널을 합친 펀드판매실적 499억원에 비해서도 무려 26배 이상 많다. 금융프라자를 통한 판매액을 합치면 4조원을 넘어서 일부 은행이나 중소형 증권사보다도 판매실적이 훨씬 높을 정도다. 하지만, 이같이 높은 펀드판매 실적의 이면에는 설계사들의 고충이 숨어있다. 정작 팔아야할 보험상품보다 펀드판매에 더 주력하게 되는 상황이 마냥 탐탁치만은 않은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의 펀드판매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높은 것은, 자산운용사에서 출발한 미래에셋그룹의 특성 때문이다. 미래에셋하면 펀드가 떠오를 정도로 미래에셋 펀드상품의 수익률이 높아 그에 대한 수요가 많고, 이에 그룹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펀드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펀드취득권유 자격을 보유한 설계사 수가 5800명에 이른다. 지난 4일 실시된 펀드취득권유 자격증 시험에서 4359명의 합격자를 배출해 총 자격증 보유 설계사가 5167명인 삼성생명에 비해 그 수가 여전히 높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총 설계사수는 1만명 정도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펀드취득권유 자격을 보유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전체 설계사 3만2000명 중 16%만이 자격증을 보유한 것과 대비된다. 이같은 높은 자격증 보유율은 회사차원의 적극적인 독려와 권유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은 초기 설계사 교육이 끝나면 간접투자증권 취득권유 자격시험에도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영업 일선에서는 펀드 판매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펀드판매로 인해 보험상품 판매에 매진하지 못할 정도라며, 보험설계사인 만큼 보험상품판매에 더 집중해야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펀드판매로 인해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당은 연 1% 정도에 불과해 이같은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월납 50만원의 펀드를 판매했다 해도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연 6만원이 된다. 한 달에 5000원을 받는 셈이다. 이는 보험상품 판매수당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사의 펀드판매 수수료는 연 1.5% 정도이고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당은 그중 60~70%다. 때문에 전체 보험료 불입액의 5% 정도가 설계사 수당으로 지급되는 보험상품에 비해, 펀드판매로 인해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당은 턱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회사와 고객들이 원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펀드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설계사는 "'미래에셋'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보험 권유를 위해 고객들을 만나도 고객들이 먼저 펀드상품을 문의해오기 때문에 보험판매는 뒷전이 되기 십상"이라며 "내가 보험설계사인지 펀드판매인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말한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99.6%로 거의 100%에 가까워,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둔 판매사 중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이 미래에셋그룹의 펀드판매처가 돼버린 형국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1~9월간 미래에셋생명의 펀드판매액 증가분은 1조3927억원으로 외환은행보다 높아 9위를 기록했다. 10위권 안에 든 생보사는 미래에셋생명이 유일했고 증권사도 미래에셋증권과 동양종금증권만이 각각 1위와 8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나머지 10위권 내 순위는 다 은행들이 차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이 생보사가 맞느냐며 그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나치게 펀드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생보사의 펀드판매는 고객을 위한 종합 재무컨설팅 차원이고, 생보사 경쟁력 제고의 한 수단"이라며 정체성 논란을 일축했다. 또 그는 "어느 회사라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에 치중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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