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페로브스카이트'···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확보 박차
떠오르는 '페로브스카이트'···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확보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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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실리콘 전지 대비 생산단가·설치면적↓
태양광산업 '게임 체인저'될까···관건은 상용화
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발표하는 태양전지 종류별 효율 차트. NREL에서는 매년 분기별로 태양전지 최고 효율을 기록한 연구기관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NREL)
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발표하는 태양전지 종류별 효율 차트. NREL에서는 매년 분기별로 최고 효율을 기록한 연구기관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NREL)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최근 OCI와 한화솔루션이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 위협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같은 사업 환경과 맞물려 한켠에서는 차세대 태양전지(PV)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연구가 한창이다.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와는 달리 3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조에는 폴리실리콘이 아예 사용되지 않는다. 태양광산업에도 혁신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태양전지를 둘러싼 국가 간 기술 싸움이 향후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광 설비는 당초 예상치(120GW)를 넘어선 125GW가 설치됐고, 국내의 경우 태양광 보급목표 1.63GW를 7월에 조기 달성했다. 또 지난해 KS인증을 받은 태양광 모듈 가운데 19% 이상의 효율을 기록한 제품은 약 1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69%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태양광발전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전에 사용되는 PV의 90% 이상은 실리콘 태양전지가 차지하고 있다. 

태양전지는 광전효과를 이용해 태양의 빛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발전 기술이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 법칙 발견으로 19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전에도 빛에너지가 전기로 바뀌는 현상에 대한 연구는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원리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태양광산업의 이론적 기초가 됐고, 1954년 미국 뉴저지의 벨연구소에서 전지 효율 4%대의 태양전지를 최초 발명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실리콘 태양전지 기준 태양광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시스템 단계로 구성된다. 모래 등에 있는 규소를 정제해 만든 것이 폴리실리콘이다.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웨이퍼를 만든 후 이를 셀 단위 태양전지로 제조하고, 여러 장의 전지에 압력을 가해 넓은 판 형태로 만들면 모듈이 된다.

태양전지의 핵심은 태양광을 직접 흡수해 전자를 생산하는 광활성층이다. 이 부분의 내구성과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변환효율이 얼마나 높은지가 상용화의 관건이다. 태양전지 기술개발 과정도 결국 제조비와 효율성의 싸움이다. 비용을 줄이면 빛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효용성이 떨어지고, 전지효율을 높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지난 수십년간 업계 종사자들은 비용과 효율성을 모두 만족하는 혁신 공정을 찾기 위해 몰두해왔다. 

태양전지를 기술 수준으로 구분하면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와 2세대 박막형 태양전지, 3세대 차세대 박막형 태양전지로 분류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은 25~26% 정도다. 최근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유무기 하이브리드 재료를 광활성층으로 이용하는 3세대 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육방면체 구조를 지닌 반도체 물질로, 빛을 전기로 바꾸거나 전기를 빛으로 바꿀 수 있어 태양전지와 조명, 레이저 등에 응용된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비교했을 때 제조가 쉽고 제작 원가도 낮기 때문이다. 1000℃ 이상의 고온 생산공정이 필요한 실리콘 전지와 달리 페로브스카이트는 400℃ 이하의 공정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실리콘 태양전지가 약 26%의 효율을 달성하는데 60년이 걸렸다면 페로브스카이트는 10년 사이 실리콘 전지 효율을 거의 따라 잡았다는 평가다. 

상용화될 경우 설치면적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수백 나노 크기 두께의 얇은 박막으로도 빛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건물 외벽에 전지를 설치하는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BIPV)'로 적용이 가능하다. 태양전지를 설치하지 못했던 장소에서도 발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전력 산하의 전력연구원, 한화솔루션의 큐셀 부문,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화학연구원 서장원 박사팀과 MIT 모운지 바웬디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부문 광전변환효율 25.2%를 달성했다. 중국과학원의 23.7% 제치고 24.2%를 기록한 이후 4개월만에 1% 이상을 경신한 것이다. 

해당 기록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여겨진 25%의 효율을 뛰어넘는 결과로, 실리콘 태양전지 최고 효율과의 격차도 1%대로 좁혔다. 이론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고 효율에 근접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한전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평판형 태양전지. (사진=한국전력)
한전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평판형 태양전지. (사진=한국전력)

한전도 페로브스카이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광전환효율 20.4%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평판형 태양전지 제작에 성공했다. 2018년 미국 네이처에너지 저널에서 발표된 역구조 평판형 태양전지 최고효율(20.1%)을 넘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이는 400℃ 이상에서 제조되는 기공형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에 비해 200℃ 이하에서도 제작이 가능하고 생산비용도 60~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력연구원은 수명 문제 개선을 위해 국제표준(IEC61646)에 따른 시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유리창호형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 20년 이상의 수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토대로 대면적 모듈 생산 능력을 보유한 제조업체와 컨소시움을 구성해 유리창호형 태양전지 시제품을 생산하고 상용화도 실시할 계획이다. 3단계로는 IT 기술 발달에 따른 유연(Flexible)형 태양전지 개발도 진행한다. 휴대용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접을 수 있는 유연형 전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유니스트의 석상일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새로운 조성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물질로 광흡수층 소재를 만들고, 태양전지에 적용한 결과를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개발된 소재는 첨가물을 바꾸는 것만으로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보다 효율과 내구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석 교수팀은 2025년까지 실리콘 태양전지의 한계효율을 극복한 35%의 효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큐셀도 지난해 초 경기 판교에 있는 미래연구소에 연구개발(R&D) 조직을 구성하고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에 매진 중이다. 페로브스카이트 기술력 확보를 위해 석·박사급 인력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에서 의미있는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관건은 상용화다. 실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정도의 면적이 큰 셀이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셀에서 모듈로 변환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도 감안해야 하는 셈이다. 태양전지 크기에 따른 효율과 내구성 및 수명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태양전지 기준 셀 효율은 25%정도인데 모듈로 만들면 20% 초반대가 나온다"며 "셀 단위 최고 효율을 모듈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고 차세대 전지를 찾는 과정에서 페로브스카이트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용화까지는 소재 선정을 포함해 최소 4~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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