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납품비리 사건, '후폭풍'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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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IBM 재판'…현직 임원 문책인사 가능성
공공시장 입찰 금지될 듯…1위 또 '자리바뀜'?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한국HP의 전현직 임직원이 납품비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지난 2004년 ‘한국IBM 사태’의 재판이란 시각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HP로선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시 한국IBM은 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수십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이다 적발돼 10여명이 구속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한국IBM 임직원 수십명이 해임됐으며, 미국IBM 본사 사장이 한국IBM을 2년간 직접 관리하는 등 한국IBM의 영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었다.

직접적으로는 공공시장의 타격이 컸다. 공공시장은 국내 IT시장에서 금융권 다음의 규모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IBM은 이 시장에서 1년 이상 입찰이 금지돼 수백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곳이 바로 한국HP였다. 한국HP는 그 뒤 승승장구하며 국내서버 시장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4년 만에 다시 상황이 역전되는 비운을 맞게 된 셈이다.

한국IBM과 마찬가지로 현직 임원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HP의 수장을 13년째 맡고 있는 최준근 사장을 비롯해 고위 임직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 한 회사에게 덮어씌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IBM과 HP와 같은 기업들이 하나같이 비리에 연루되는 현상은 분명 국내 시장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서버, 스토리지 등의 장비시장은 소수의 외국계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 반면, 이들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이른바 총판업체의 수는 200여개에 달하고 있다. 난립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임에 따라 납품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명절인사비, 카드비용, 여행경비 등을 대납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더욱이, 한번 납품업체로 선정될 경우,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등의 지속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이 이러한 비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HP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IT업계의 시스템 납품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HP사태가 마무리돼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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