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00의 꿈과 미래
주가 3000의 꿈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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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내리누르던 유가가 급락하면서 우리 시간 16일부터 세계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그러나 빠질 때 앞장서 빠졌던 한국 증시는 18일에도 15.57포인트가 빠지며 지수 1500 언저리만을 맴돈다. 그나마 기관들이 바짝 대든 결과다.
그런 배경에는 꾸준히 내다 팔기만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금요일까지 30일 연속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뿐만 아니다. 올해 들어 20조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고 그 가운데 지난 며칠간 그 절반 가까이를 팔아치웠다. 오히려 매도 물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앞으로 당분간 한국 증시는 전망이 안 보인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과연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의 미래를, 한국 경제의 내일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이미 외국 금융리포트들은 잇달아 한국 경제에 대한 적잖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들의 시선에는 특히 한국 정부의 시장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어렵게 쌓아올렸던 외화보유고를 철 안 든 재벌가 망나니 아들이 신용카드 긁어대듯 함부로 다룬 외환관리정책에 대경실색한 것처럼 보인다. 표현은 비록 우회적이지만 한국을 외환위기 경험을 10년 만에 망각한 위험한 국가쯤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주식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외국인 매도세가 연일 지속되자 기관 매입 규모를 대폭 늘렸다. 시장의 장기적 전망보다는 당장의 주가 폭락을 막겠다는 안간힘이 오히려 이성적 시장참여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증권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지금 다른 비전을 보여주는 것은 없이 10년 전으로 회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형국이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일으켜 성장 동력을 삼겠다는 의도였던 성싶은 한반도 대운하 공사를 간신히 잠재웠나 싶더니 이제는 겨우 안정화시켰던 부동산 시장을 다시 흔들어댈 요량이다.
산업의 발전단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전진만으로도 아쉬운 판국에 그렇게 후진에 열을 올릴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세계 13위 규모라고 자랑하기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인건비 등 제반 비용 또한 그 수준에 맞춰 올랐음을 간과할 수 없을 터이다. 당연히 산업정책의 중점을 1·2차 산업에 두고서는 승산이 없다는 답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런 회귀적 경제정책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달려들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정책의 핸들링도 매우 불안하다. 마치 초보운전자가 핸들을 마구 꺾어대듯 섬세함이 부족한 정책 전환은 누구라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만하다. 변화를 미리미리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하는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다.
그러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다는 아닐 터이다. 장기적으로는 비록 죽을 쑬 것으로 볼지라도 당장 먹을 떡이 있으면 먼저 챙기고 보는 게 증시를 드나드는 자본의 속성 아닌가.
지금 한국은 해외 큰손들 앞에 커다란 먹이들을 마구 뿌려둔 상태다. 그러니 한국 경제가 순항을 하든 장기적으로 추락을 하든 세계적인 큰손들에겐 앞으로 먹을 떡이 넘치는 시장이 한국시장이다.
저들 앞에 놓인 가장 큰 먹이는 민영화를 앞둔 다수의 공기업들이다. 더욱이 황금알 중의 황금알인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코앞에 닥쳐있다. 시장에 뿌려두었던 그물을 서둘러 거둘 때가 온 것이다. 서둘러 민영화가 추진되며 거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주가도 물타기 될 테니 한발 빼고 기다렸다가 어느 떡을 주워 먹어도 배부를 게다.
그들에게는 우리 시장에 어떤 의리도 있을 리 없다. 한국 경제가 추락을 겪게 된다면 그들은 빠르게 단물을 빨고 떠날 것이다. 일국의 경제가 내적 안정성을 갖고 있으면 외국인 투자는 분명 훌륭한 약이 되지만 정책의 쏠림이 크면 일시에 시장을 주저앉힐 자본의 엑소더스도 감수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그들을 만만히 보고 지수 3000을 노래해도 좋을지 걱정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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