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의료서비스 플랫폼화가 소비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전문가 기고] 의료서비스 플랫폼화가 소비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정영훈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정책개발팀 부연구위원
  • zoomin12@kca.go.kr
  • 승인 2024.02.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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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정책개발팀 부연구위원

소아청소년과는 성인과 다른 영유아, 어린이 및 청소년의 임상적 경과, 예후 등을 보다 전문적으로 살피고 진료하는 영역이다. 최근 소아청소년과가 다양한 이슈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낮은 출산율에 따른 환자 감소, 이른바 진상 부모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기피 등으로 진료 현장에서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문제가 나타나고 일부 의료 플랫폼은 손주를 돌보는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논란까지 불러왔다.

더욱이 한 의료 플랫폼에서 병원 예약을 위한 유료 회원제를 도입하며 반쯤은 공공 영역으로 여겨지는 의료 분야에서 사기업이 돈을 받으며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소아청소년과가 부족한 현실인데 환자들이 플랫폼 이용료를 지불해야만 병원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에 불공정성 논란이 생긴 것이다. 

물론 의료 플랫폼이 병원은 물론 소비자에게 효율성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는 집이나 직장에서 플랫폼을 통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으니 병원을 찾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한명 한명 전화나 방문에 응대하지 않고 플랫폼의 예약 시스템을 통해 진료 가능한 인원만 받으면 되니 행정적 수고로움 없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플랫폼 이용료가 플랫폼 구축과 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플랫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플랫폼은 이미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의료분야에서조차 비대면 진료를 비롯하여 인터넷을 통한 검색-예약-후기 작성 등은 이미 보편화되었다. 이제는 소비자들 역시 시장참여자로서 ‘이용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플랫폼 사업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디지털 시대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미리 습득한 일부만 혜택을 누리는 세상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계층이 소외되고 피해를 입는 세상이다. 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모바일 뱅킹 등이 주류가 되며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는 시대가 됐다. 병원 예약 플랫폼을 알지 못하거나 유료회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치료가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건강을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역량 부족이 건강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다.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인 흐름이며, 디지털화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활용 능력이 전제된다. 다만 디지털 활용 능력이 부족하다고 소비생활 등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의 중추가 되는 온라인 플랫폼이 단순히 거래의 편리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전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가고 있는 만큼, 플랫폼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강조할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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