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먹은' 증시…'약세장' 끝은 언제?
'더위먹은' 증시…'약세장' 끝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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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연말까지 큰 반등 어렵다"
"단기적으로 1320선까지 밀릴 수도"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엎으며 아래를 향해 돌진하고 있고 꼬여버린 수급여건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 하향조정, 1089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키코(KIKO) 거래 기업들이 피해 급증 등도 우리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해외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정책에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성장률의 추가하락 가능성도 공존하고 있다. 최근 우리증시가 동조흐름을 보이고 있는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에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있는 상태다.
이에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는 조정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안정으로 인해 하방경직성은 확보된 상태나 경기침체, 신용위기 등 해묵은 악재들이 해결돼야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회복 VS 침체장기화 '팽팽'
최근 뉴욕증시는 신용위기 속에서도 긍정적인 경제지표로 인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6일 발표된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6.9를 기록, 7월 51.9 대비 회복세를 나타냈고 신규 주택 판매 또한 2.4% 증가했다. 29일 발표된 GDP 성장률 수정치도 3.3%로 대폭 상향조정되며 호조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경로에 들어선 것인 만큼 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이후 소비·투자·고용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8년 실업률을 당초 5.2~5.3%에서 5.5~5.7%로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CPI)도 5.2~5.5%로 올려잡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소비지출이 위축될 전망"이라며 "경상수지는 소폭 개선될 전망이나 재정수지는 적자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의 우려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9월부터 내년 말까지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16개월간 만기가 도래하는 변동금리부(FRN)물량은 모두 78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6개월간 금융기관들이 상환한 것보다 43%나 많은 수준.
여기에 다른 중단기 은행채를 합하면 은행들이 상환할 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WSJ는 이날 신문에서 "신용경색을 넘어 다른 금융 부문은 물론 전세계 여러 경제권에 파급돼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장기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中, 상반기 경제성장률 10.4% 그쳐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정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선별적으로 부양정책을 시작해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나 에너지와 식품 가격의 초강세를 기록하며 중국의 물가 상승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여기에 주요 수출시장인 선진국을 필두로 한 세계 경제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중국증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4%로 낮아졌다. 하반기 경제성장은 10.1%로 한층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투자·수출·소비·생산 활동은 점차 줄고 있으며 수출 성장세 역시 해외시장의 수요 위축에 주춤거리고 있다.
올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연 7.9%를 기록해 소비자들의 허리를 휘게 했으며 실질소득은 미미한 폭으로 증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데이비드 유 CITIC-PCA 자산운용본부장은 "중국경제성장률이 9%대로 떨어질 수 있고 물가상승, 기업이익 성장률 둔화 등 복잡한 악재들이 겹쳐 중국정부의 정책선택이 어려워졌다"며 "거시경제와 기업이익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약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증시가 거시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형주들과 블루칩들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수준이고 하반기에 정부의 성장 지지 정책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1089원까지 치솟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증시는 해외 요건보다는 국내 상황에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1100원까지 위협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지수를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환율급등으로 물가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유가와 원자재가격 하락 등이 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수요 감소가 이슈가 되고 주요 상품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무역수지 회복속도가 더 느릴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6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대외채권에 속하는 외환보유액이 한달 만에 106억달러나 감소했다. 지난달부터 사실상 순채무국으로 전환된 것.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이나 국외 차입금리가 올라가면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국제적인 신용경색 국면이기 때문에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급등이 지속되면서 국내 키코 거래 기업들의 손실액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 6월말 1046억원 대비 30원 정도 오른 것을 감안하면 8월말 현재 손실액은 1조9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화옵션 손실을 입은 기업의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며 "환율이 당분간 상승추세를 지속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우리증시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하반기 실적 하향 조정
국내 경기둔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잇달아 기업이익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일 현재,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순익은 6월말 대비 9.5% 하향조정 됐다. 순이익 또한 10.3%로 내려잡았다.
매출액ㆍ영업이익ㆍ순이익 컨센서스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도 6월말 각각 17%, 38%, 38%에서 20일 20%, 25%, 24%로 낮아졌다. 이같은 실적전망 하향조정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조사대상 기업 이익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2일 신영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및 전년동기, 그리고 시장 기대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약 1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조4000억~1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3분기와 4분기 본사 영업이익을 기존 추정치 대비 각각 8.1%, 8.9% 하향한 1조4100억, 1조3500억원으로 예상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7개월째 하락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위축 등으로 하강 국면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실적 전망도 단기간에 상향 추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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