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점증하는 대외 리스크에···고심 커진 금통위
[초점] 점증하는 대외 리스크에···고심 커진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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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금통위 직후 중동리스크 고조···환율 폭등으로 전이
연준 금리인하 시점, 9월로 후퇴···탈동조화에도 영향력 '여전'
韓 하반기 인하 가능성 '유효'···"美 물가·통화정책 등 변수 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일주일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유지시키고자 노력했지만, 통화정책회의 직후 확산된 중동리스크와 140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 등의 변수가 쏟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특히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된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후퇴하면서 통화정책 경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단기간 내 터져나온 악재···중동리스크, 환율 폭등 등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당 1400원을 기록하며,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잔존한 지난 2022년 11월 7일(1413.5원, 고가) 이후 처음이다.

해당 상승세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가장 먼저 견조한 미국 경제 지표다. 3월 비농업 신규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상회한데다, 제조업 경기가 확장국면으로 진입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소비가 고금리 환경에도 예상을 크게 웃돌며, 달러 강세를 지지했다.

두 번째 원인은 확산된 중동리스크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수십발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발사했는데, 이로 인해 하마스의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개입된 대형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단 우려가 커졌다.

직후 시장내 위험회피심리가 확산된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채 금리와 금 가격, 달러 등은 동반 강세를 보였고,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는 일제히 절하됐다.

◇'비둘기' 금통위 직후 확대된 리스크···통화정책 경로 수정 불가피

불과 1주일 전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한은 금통위 역시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금통위는 근원물가가 기존 전망 경로에 부합하는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기존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 삽입된 "(긴축기조를)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는 문구를 "충분히 지속한다"는 문구로 수정하는 등 금리 인하 기대감을 유지시키고자 노력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일주일새 이 같은 변수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통화정책 경로 등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다. 대표적으로 환율에 대한 언급이다. 지난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옛날처럼 환율 변화로 경제 위기가 오는 상황이 아니다. 환율의 특정레벨을 걱정하고, 그것을 타깃하고 있진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반면 이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총재는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 변동성이 지속되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전일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공동으로 구두개입 성명문을 내는 등 일주일새 환율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확대됐다는 평이다.

중동리스크로 확대된 물가압력도 걱정거리다. 최근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가격(WTI)이 배럴당 87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85달러선까지 떨어졌지만, 70달러 후반대에 그쳤던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1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물가상승률은 두달 연속 3%대를 유지했지만, 이달 유가 및 환율 상승분이 반영되면 상승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달 환율 하락세에도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수입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기대인플레이션은 5개월 만에 반등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도 변수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연달아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시장내 긴축경계감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가장 유력한 금리인하 시점은 9월(46.3%)까지 후퇴했으며, 연내 인하 횟수 전망은 1~2회로 축소된 상태다. 이로 인해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하 시점도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재된 변수 속 하반기 인하 전망 유지···"추이 지켜봐야"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여러 이벤트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기존 전망을 바꾸기 위해 추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8·11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분위기는 바뀌고 있지만, 전망에 큰 변화는 없다"며 "여러 이벤트가 단기간내 발생했고, 상황도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이슈는 연준의 움직임이다.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밀리게 되면, 한은의 인하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금통위가 통화정책 차별화를 시사했지만, 아직까진 연준에 동조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8월 인하 전망(연 2회 인하)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연준을 포함한 유가 등의 변수가 커질 경우 해당 전망을 미뤄야 할 수 있다"며 "핵심은 미국 물가지표라고 본다. 좀 더 봐야하지만 기존 전제가 달라질 경우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인하 횟수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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