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환율 걱정 물가 걱정
[홍승희 칼럼] 환율 걱정 물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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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마지노선이라 알려졌던 달러당 1350원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16일에는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부가 급히 시장에 개입해 17일 1384원까지 가라앉혔더니 18일에는 별다른 개입 없이도 하루 새 10원이 훅 떨어지며 요동을 치기도 했다.

19일 새벽, 한국 외환시장이 쉬고 있는 시간에 환율은 다시 1382원 선에서 움직였다. 환율시장의 불안정성이 국내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양상이 아닌가 걱정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강 달러를 그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문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의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데 있다. 심지어 외환시장이 취약한 태국, 필리핀보다도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 3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필요한 한국의 현재 외환보유고는 4200억 달러에 달해 걱정할 것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즉시 가용 가능한 실질적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 남짓이라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악몽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미 현지시간 17일에 열린 한·미·일 3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의 저금리 상태에 우려라는 이름의 불만을 표했다. 향후 실무회담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조율을 해나간다는 데 3국이 합의했다는 공동선언문이 나왔다는 것은 미국이 만족할 수준에 이르도록 미국의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제로금리를 오랫동안 지속해온 일본이야 그런 압박에 조금의 양보로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한국은 지난해 이후 한·미 간 금리역전을 처음경험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국내 사정으로 정부가 쉽사리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미국의 현재 압박은 표면상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가하는 듯싶지만 들여다보면 한국이 주 타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제전략에서 한국은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하위변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 아래 일본에게도 하위변수이기를 원한다. 이제까지는 안보분야에서만 그런 것으로 이해됐으나 그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 역시 같은 관계가 되길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할 여러 징조들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 대해 비대칭 외교를 당장 피하기는 어려운 한국 상황이지만 그나마 줄타기를 통해서라도 한국의 독자적 외교지형을 넓혀가던 전임정부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자 하는 현재의 한국정부가 이런 미국의 전략에 얼마나 한국의 국익을 위한 대응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당장 대북문제만 해도 전임정부까지 역대 정부가 간신히 틈새를 비집어가며 만들어낸 한국의 자리를 현 정부는 단지 전임정부에 역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걷어차 버렸다. 그럼으로써 러시아가 북한과 더 밀착하고 중국은 느긋하게 북한과의 관계를 확정적 틀로 굳히도록 밀어붙이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에 더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 작업을 벌여나가는 와중에 한국은 스스로 낄 자리조차 잃어버렸다.

코리안 패싱이라는 이런 상황은 코리안 리스크를 증폭시키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역기능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외교적 위축은 동맹 사이에서는 계속 하위변수로서 적대적 관계로 규정해버린 중국 중심 진영 전체를 대상으로 한 돌격대로 스스로를 규정짓는 매우 위험한 결과까지 만들어버렸다.

이런 한국의 상황은 경제성장 지체와 더불어 원화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길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환시장이 요동칠 요소를 정부가 자진해서 만들어내고 원화의 가치를 내팽개침으로써 한국 경제의 잠재적 가치까지 갉아먹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자존감을 내다버린 한국을 그렇게 몰아붙임으로써 미국은 지금 한국 대표기업들을 줄줄이 미국 내 투자로 끌고 가며 자국의 일자리를 늘리고 미래기술의 최종 생산자로 묶어두는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 최근 IMF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상향조정했지만 그 내막은 결국 다른 모든 나라들이 성장이 지체되는 와중에 미국 홀로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다.

물론 미국의 다각적인 압박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역시 올해 성장률이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IMF는 예상했다. 강대국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끼어 전 세계가 고혈이 빨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특히 내상까지 입어가며 유독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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