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배상액만 1.6조···실적 부진에도 '親주주' 배당책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던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에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액을 대거 실적에 반영하면서 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5대 금융지주가 실적에 반영한 홍콩ELS 배상액 규모는 1조6650억원에 달한다.
◇홍콩ELS·환율 직격탄에 순익 악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88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5조8597억원)에 견줘 16.7% 감소한 규모다.
5대 금융 모두 순이익이 악화됐다. 홍콩ELS 배상, 고환율 등 악재가 겹친 탓인데, 이 중 가장 선방한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1조32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KB금융에 내줬던 리딩뱅크 타이틀을 다시 탈환했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1조3880억원)과 비교하면 4.8% 줄었는데, 5대 금융 가운데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이어 KB금융이 1조4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1조5087억원) 대비 30.5% 줄었다. KB금융의 순이익 하락은 계열사 KB국민은행에서 9000억원에 달하는 홍콩ELS 배상액을 반영한 영향이 컸다. 국민은행의 홍콩ELS 판매잔액은 7조8000억원 규모로 판매사들 가운데 가장 많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1조1022억원에서 1조340억원으로 6.2%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1799억원 규모의 홍콩ELS 충당부채에 더해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환산손실이 813억원 발생한 탓이 컸다. 하나금융은 전통적으로 다른 은행들 대비 외환업무에 특화돼 있는데,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던 것이다.
홍콩ELS 충당부채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금융도 순이익이 8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하락했다. 증권, 보험 등 핵심 계열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룹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은 1분기 65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9471억원) 대비 31.2% 줄었다. 홍콩ELS 배상액을 적립한 데 따른다.
5대 금융의 순이익 감소는 홍콩ELS 배상액을 1분기 실적에 대규모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5대 금융에서만 총 1조6650억원의 ELS 배상액 충당부채가 적립됐다. 그룹별로 △KB금융 8620억원 △농협금융 3416억원 △신한금융 2740억원 △하나금융 1799억원 △우리금융 75억원 등이다.
그 영향으로 그동안 그룹 내 '효자' 역할을 하던 은행의 순이익 급감이 불가피했다. 국민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895억원으로 전년 동기(9315억원) 대비 5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은 37.3%(6721억원→4215억원), 하나은행은 13.1%(9707억원→8432억원), 우리은행은 8.4%(8620억원→7897억원), 신한은행은 0.3%(9315억원→9286억원)씩 쪼그라들었다.
◇실적 부진에도 "주주환원 강화" 한 목소리···새 정책 도입도
전반적인 실적 둔화에도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했다.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는가 하면,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제고하겠단 방침이다.
실제로 KB금융은 업계 최초로 새 주주환원 정책인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 도입을 확정, 1분기 주당 현금배당금을 784원으로 결의했다. 현금배당의 가시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주당 현금배당금은 분기별 3000억원,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의 배당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배당성향은 이익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보통주 배당금 540원과 2·3분기 중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의했다.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은 신탁계약 방식으로 6개월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며, 취득이 완료된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주당 600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연초에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의 경우 2분기 내에 매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1분기 분기배당금을 주당 180원으로 결정했다. 3월 예금보험공사 소유 지분 약 1366억원 매입 후 소각에 이어 올해는 1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율이 전년보다 향상될 것이란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