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행법상 감독·제재 수단 없어"···잔금법 개정안 9월 시행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티몬·위메프의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소 이커머스 티몬·위메프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지 않기 떄문에 정산·대금 보관·사용 등에 대해서 무법지대였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액수는 지난 5월까지 미정산된 금액이다. 티몬·위메프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 주기가 2개월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과 이달 판매분 등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고려하면 미정산 규모가 최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소 이커머스 기업은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건으로 불신이 커지며 셀러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의 긴 대금 정산 주기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유통업자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법에서 정의하는 대규모유통업자는 직전 사업연도의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자신이 임대한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제곱미터 이상인 사업자다.
티몬·위메프의 경우 대규모 유통사가 아닌 중소업체이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티몬은 거래가 발생한 달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40일 뒤에 거래 대금의 100%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위메프는 거래 발생 월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두 달 뒤 7일에 거래대금의 100%를 정산했다. 즉 매출 발생 후 정산까지 최대 70여일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처럼 티몬·위메프에서는 긴 정산주기 때문에 판매대금으로 이자 수익을 누리며 자금을 유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판매자는 정산 기간이 길어지면 대금을 받지 못해서 선정산 대출을 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선정산 대출이란 셀러들이 판매 증빙 등을 은행에 제시하고 부족한 자금을 채우다 판매 대금을 받으면 대출금을 다시 상황하는 방식이다. 대출 기간은 최대 67일이다. 선정산 대출을 받는 샐러들이 입점한 플랫폼의 정산 주기 범위는 △쿠팡 30∼60일 △위메프 37∼67일 △G마켓 5∼10일 △무신사 10∼40일 △SSG 10∼40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는 에스크로 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이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에스크로는 판매대금을 이커머스가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제3 금융사가 맡았다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후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형태다.
티몬·위메프는 내달 중 제3 금융기관과 연계한 에스크로 방식의 정산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은 판매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G마켓은 구매결정 후 '익일정산'으로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지 않아도 배송 완료 후 7일 이후 2영업일 내 대금을 정산한다. G마켓의 익일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에 입점한 셀러라면, 빠른 배송만큼 대금 정산 속도도 단축돼 출고 다음날 90% 정산 완료된다.
11번가는 일반(기본) 정산의 경우 고객이 구매확정 후 2 영업일에 셀러에게 100% 지급한다. 고객이 구매확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배송완료일로부터 7일 경과 후 8일 차에 '자동구매확정'이 되며, 이후 2영업일에 100% 지급한다. 이밖에 무료 '빠른 정산 서비스'를 통해 셀러가 택배사에 상품을 전달한(집하완료) 바로 다음날 100% 셀러에게 정산금을 지급하고 있다.
쿠팡은 주정산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15영업일이 지난 후 70%를 정산하고 두 달 후 나머지 30%를 준다. 월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15영업일 후 판매 대금의 100%를 정산한다. 이 같은 정산주기는 쿠팡 판매의 10% 수준으로 알려진 오픈마켓에 해당한다. 다만 쿠팡은 지난해에는 빠른 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매확정일 기준으로 다음 날 오전 10시에 판매 대금의 90%를 정산해 주는 서비스다. 현금 정산은 불가능하고 체크카드로 지급된다.
일각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티몬처럼 상품권을 위탁 판매하는 업체를 규제하기까진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금법 개정안은 상품권을 발행하는 업체에 한해서만 선불충전금 예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티몬·위메프와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를 감독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다만 전금법 개정안은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발의돼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오는 9월에서야 시행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티몬과 위메프도 결제 대행업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이라며 "전자금융감독 규정에 보면 이 PG 업체 다시 말하면 결제 대행업체에 대해서 자기 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하며 미정산 잔액 대비해서 투자 위험성이 낮은 자산의 비율이 100% 이상 유지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티몬과 위메프가 이런 규정을 지키지 못해 금융감독원은 MOU를 체결했지만 금융당국이 감독에 있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커머스업계가 정산 자금을 정산에만 사용하도록 금융회사와 에스크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