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정확히는 2년 3개월 20일이 지났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문제를 벌였다. 역대 이런 정부는 없었다.
몇몇의 사건은 정부의 무능 때문이었다면 다른 많은 사건은 훗날 역사가 매국 혹은 반역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일들이고 그래서 국가의 미래를 둔 불안이 크다. 단순히 이념적 편향성이 문제라면 그 정도는 역대 보수정부에서 흔히 벌어진 일들이기에 국내에서 찬반 양론이 병존하는 일이기에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최소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역사학계 이단아들을 대거 공직에, 그것도 국내적으로는 미래세대의 가치관을 비틀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사적, 실존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큰 자리에 박는 일은 역대 어느 정부도 감히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일본 제국주의 침탈로 전 민중이 고통을 겪은 것은 물론 국치일을 따로 정할만큼 그야말로 국가적 수치로 영원히 기억될 아픈 역사에 대해 식민지배한 침략자들을 옹호하는 소위 뉴라이트라는 세력들이 지금처럼 뻔뻔하게 국정의 전면에 나선 사례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물론 독립 후 끊임없는 내전을 치르는 일부 후진국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학문의 자유라는 것이 주어지는 자체까지는 수치스럽더라도 용인한다고 쳐도 적어도 그들이 국정의 전면에서 설치게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들의 옹위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정권은 일본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이미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서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일본이 원하는 답을 일본 정부보다 먼저 던져주고 또 일제가 100여 년 전 침략의 명분을 삼았던 대동아공영권 논리의 21세기판으로 주창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앞장서서 깃발을 들겠다고 나선다. 그러니 퇴임 앞둔 기시다 일본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지하철 역사는 물론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들이 사라진 일에 대해 무어라 변명하든 시민들은 독도까지 일본 입에 넣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이런 역사문제는 워낙 여론이 나쁘니 필자까지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일단 미루자. 그러나 지금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붕괴 수준의 의료대란이나 폭증하는 가계부채, 폭등하는 물가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숫자놀음으로 눈속임하는 경제, 어의없는 상관의 명령으로 인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젊은 병사의 죽음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장군 하나 지키겠다고 진실을 덮으려다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있는 해병대 채수빈 상병의 문제 등은 그냥 무능이라 치부하겠다.
그럼에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은 더 있다. 우선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주가조작사건이 취임 전에 있었던 일로 끝나지 않고 상장폐지까지 예상되던 삼부토건을 숙주로 삼고 외교적 영향력까지 활용한 주가조작 사건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일은 그것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어대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단순히 부자감세해주다 국가 재정에 구멍을 내는 정책적 실책을 넘는 위험한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하다하다 이제는 마약밀수 사건 수사에도 대통령실이 외압을 가했다고 해서 온 나라를 경악시켰다. 자신만만하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경찰을 들러리 세우고 검찰의 수사력을 부각시키려 무리하다가 이태원참사를 키우기까지 한 현 정부에서 하필 세관까지 관련된 대량 마약밀수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니 국민들 입장에선 놀랄 수밖에 없다.
설마 대통령실 관계자가 마약밀수에 직접 손을 댔다고까지 의심하지 않더라도 검찰이 대형 사건의 실적을 경찰이 독식할까 싶어 관세청 로비를 핑계 삼고 대통령실을 움직였을 가능성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마약밀수가 정권차원의 일로 진행되는 나라는 망한다. 한때 잘 나가던 중남미 국가 중에 마약 때문에 위상이 추락한 국가들은 지금도 보고 있다. 100여 년 전 이웃 청나라가 아편 때문에 처참하게 망한 역사는 교과서에서도 다 배운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를 걱정시키는 일이 이게 다가 아니어서 하루하루가 불안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