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 지회 설립 지원 등 삼성과 전면전 불사"
[서울파이낸스 박용수 기자]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이 흔들리고 있다. 재계에서 유일하게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그룹에 대해 노동계가 벼르고 있는데다 최근 몇년 사이 일부 삼성그룹 계열사 노동자들이 산별노조 가입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은 지난 13일 삼성SDI 부산공장 소속 노동자 손씨 등 17명이 사측의 일방적인 자회사 이직, 전환배치 강요에 반발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삼성그룹 계열사 하청,협력업체들이 노조를 결성한 사례는 간간이 있었지만 삼성그룹 계열사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산별노조에 가입한 사례는 드문 일이다.
이들이 노조에 가입한 이유는 사측에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해당 부서 전직원을 상대로 이직을 요구하는 동의서를 강요한 데 따른 것. 금속노조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달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삼성SDI 모바일디스플레이 사업부 노동자 1075명을 상대로 이직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노조에 가입한 이들이 이직을 거부하자 사측에서는 9월 중순부터 회사가 이직 거부자들의 책상을 빼고, 소회의실에 격리시켜 2주동안 일을 맡기지 않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는 설명이다. 손씨등은 사측의 압박에 100여명이 넘는 이직 거부자들은 10여명으로 줄었고, 손씨 등은 지난 13일 천안공장 발령을 거부한 채 노조에 가입했다.
이직을 거부한 이들은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모친이 항암치료 중이라 천안공장으로 옮길 수 없고, 또 일부는 생활터전인 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고충이 있어 사측의 일방적인 자리이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SDI측은 손씨 등 17명에 대해 해고 등 징계 착수에 나설 계획이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산별노조에 가입한 예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현재 활동은 전무한 상태. 예컨대 작년 삼성SDI 천안공장 과장급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집단 가입해 주목을 끌었다. 일반 사무직 노동자가 아닌 과장급 중견간부 노동자의 산별노조 가입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그러나 현재 이들의 활동은 전무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뚜렷한 물증은 없지만 회사의 무노조 경영방침 때문에 활동이 뜸한 것같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이번 사건을 기회로 삼성그룹 내에서 노조가 설립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권순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 산하에 삼성 지회 설립 방안 등을 조만간 결정하겠다"며 삼성의 노조 설립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임을 밝혔다. 또 금속노조는 수년전부터 노조가 없는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 등에 노조설립 지원을 공언해왔던 터라 삼성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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