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빚잔치'?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빚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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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후보 부각후 주가 폭락은 자금조달 애로 반영"

[서울파이낸스 박용수 기자] <pen@seoulfn.com>금융권 일각에서는 대우조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인수후보로 떠오른 한화그룹의 인수자금 조달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유력후보자로 거론되던 포스코의 탈락이 확정된 이후 한화의 주가가 연일 폭락세(21일 현재 -20%)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 그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높은 데 따른 재무적 부담을 우려한 시장의 반응이라는 해석이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도 신중한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산은은 인수희망기업의 자금 조달계획과 자금조달에 따른 경영악화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높은 가격이 곧 높은 점수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이 대목은 현대중공업보다 약 1조원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진 한화가 안심할 수 없는 산은의 태도변화다.
 
특히, 한화가 내세우고 있는 대우조선 인수자금 조달 계획은 그룹내 유동성 부담 가중과 최근 변화된 금융시장을 감안할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 등에 따르면 한화는 계열사인 한화건설과 한화석화의 차입금과 유상증자자금 등 자체자금 2조원과 농협 하나 외환은행 등 금융권의 인수금융 약 2조원, 대한생명 지분매각 1조 5000억원,시흥시 군자매립지 등 보유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1조~2조원대 등 총 7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의 계획대로라면 대우조선 인수금액으로 제시한 약 6조 5천억원 조달은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면서 자칫 한화의 무리한 자금조달이 한화건설과 한화석화 등 계열사의 동반부실을 불러올 우려가 큰 데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 컨소시엄에 참여한 은행권들도 당초 계획했던 자금지원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어 한화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무리한 계열사 '갹출'
한화는 자체자금 조달계획으로 2조원을 제시했지만 계열사의 유동성 위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한화 등에 따르면  한화건설에서 차입금 2000억 원, 한화석화 유상증자대금 3300 및 차입여력 1조원, (주)한화 현금유동성 약 2000억원, 기타계열사 차입금 약 3000억원 등 총 2조원의 자체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석화는 작년 6월말 4523억원이던 유동부채가 올해 6월말 현재 1조 2457억원으로 급증해 부채비율이 높은데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국내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올스탑됐다는 점과 은행들조차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화석화의 1조원 차입여력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또 한화건설에 차입금 2000억원 갹출도 사실상 미분양 사태 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한화건설에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지적이다.
 
최근 한화건설은 공격 경영으로 시공능력 12위로 뛰어올랐지만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유출로 차입금 부담이 커진 상태다. 한화건설의 올해 8월말 현재 차입금 규모는 1조 6449억원으로 2006년말 대비 6271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뛰었다.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한화건설의 차입금 조달은 한화의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미분양 사태로 위기에 몰린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비업무용 토지 수용 등 지원책을 마련한 가운데 한화건설이 자체 유동성 확보보다 차입금 등으로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듯 한화도 대우조선 인수 후에 유동성 위기 등의 후유증을 앓을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군자매립지 등 부동산 유동화 '차질'
또 한화그룹은 군자매립지 등 보유부동산 유동화 등을 통해 1조~2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은행채와 우량회사채 등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기능을 못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회사채시장의 경직이 상당기간 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화그룹이 계획한 부동산유통화채권(MBS) 발행과 유통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은행채 등은 발행시장에서 일부 매기가 있지만 유통시장에서는 은행채도 유통이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과 유통도 어려워 부동산유동화채권 발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화그룹이 보유부동산을 통한 약 1조원대의 자금 조달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 공산도 커지고 있다.

한화는 최근 시흥시 군자매립지도 택지양도 불가라는 경기도의 최후통첩을 받았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경기도는 '토지매각대금 현물지급 금지'라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시흥시와 한화가 맺은 매매계약 변경안을 12월말까지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화는 지난 2006년 군자매립지 406㎡를 시흥시에 매각하면서 계약금 700억원을 받고, 잔금은 군자매립지를 개발한 뒤 택지용으로 60만㎡ 의 부동산을 대신 받기로 계약했다. 주변 아파트시세대로라면 한화는 이를 통해 최소 1조원 가량 최대 3조원대의 자금 유입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채 시장의 경직 등으로 부동산유동화채권 발행이 쉽지 않는데다 군자매립지 택지개발이 경기도의 반대로 한화의 계획은 무산될 위기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한화의 유휴 부동산을 통한 1조원대의 자금 마련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인수자금 차질을 우려한 한화는 히든 카드로  한화그룹은 비상장사인 대한생명과 한화건설 등의 조기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증권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공개시장(IPO)이 얼어붙었고, 시장 사정이 좋지 않아 계획했던 비상장사들의 상장 계획이 미뤄지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 약 2조원 조달 가능할까
현재 농협 하나 외환은행 등 은행권이 한화컨소시엄에 참여해 각각 6000억원씩 약 1조 8000억원의 인수금융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인수금융은 말그대로 차입금이다.
 
그러나 이 차입금도 한화가 국내금융권들로부터 당초 계획대로 지원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15일 신한은행이 은행채 2000억원(금리 7.6%)을 은행권 최초로 발행했다. 은행이 은행채를 발행한 것 자체가 뉴스였다. 그만큼 은행권이 돈가둠이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한화컨소시엄에 참여한 금융기관들도 당초 대출과 지분 투자 등을 계획했다가 돈가뭄이라는 변수에 따라 전액 대출로 방향을 전환했다.

한화건설 등 계열사와 인수금융 등을 포함해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자금으로 끌어들일 차입금 규모만도 대략 3조~4조원대. 한화가 어림잡아 시중금리 10%대인 점을 감안할때 감당해야 할 이자는 한해 3000~4000억원 가량. 대우조선의 작년 영업이익 3570억원대에 불과해 배보다 배꼽이 큰 기업인수합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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