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 유동성 '악화'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PF대출이 금융권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규모에 비해 다소 무리하게 영업을 한 저축은행의 PF대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 은행 역시 PF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부동산 PF대출은 2006년 말 25조860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7조9122억원으로 불과 1년 6개월만에 22조514억원이 늘었다. 무려 85.3%의 증가률을 보인 것.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총 대출액이 878조9057억원에서 1088조8491억원으로 209조9434억원(23.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의 총대출에서 부동산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말 2.9%에서 올해 6월말 4.4%로 늘었다.
이처럼 은행권의 PF대출이 급증한 것은 은행들이 몸집불리기에 나서면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PF대출에 확대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으며 보증을 섰고 담보도 확보했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낮다고 판단한 것도 한 요인이다.
은행권의 PF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연체율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2006년 말 0.23%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0.68%로 급등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0.59%, 인천 0.47%. 대구 0.13%, 울산 0.08%, 강원 8.65%, 경북 8.31%로 높았다.
금융시장 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는 가운데 연체율까지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어 PF대출이 금융권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시행사들이 만기가 돌아온 부동산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갚지 못해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은 "2008년 4월부터 8월까지의 ABCP 목적별 발행규모를 보면 총발행액 3조7848억중 중 50%인 1조8971억원이 리파이낸싱을 목적으로 발행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금감원은 PF대출 ABCP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족이 가시화되면서 그 부담이 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타 금융기관에 비해 은행들의 PF대출 연체율은 현저히 낮아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꾸준히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부동산 지원 대책으로 PF대출 부실 우려가 잠시 수그러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정부로부터 자금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PF대출 만기 연장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유동성 위기가 한 풀 꺾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PF 부실은 다시 불거질 수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사 자금 지원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만 한다"며 "미분양 아파트 등이 줄어 건설사들이 원리금을 제대로 갚을 수 있어야만 PF 부실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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