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금융위기 계기 군살빼기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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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슬림화·지점통폐합 '비용 최소화'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지난해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금융시장 불황으로 은행권에 이어 증권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고 일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IMF 이후 자산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덩치를 급속히 늘려온 만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또, 증권업계의 경우 증시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로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은행들 "자산경쟁 자제"
금융불안의 최대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은행권의 최근 구조조정 움직임은 자체적인 판단에서라기보다 금융권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행장들의 연봉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으며,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구조조정 유인을 강화시키는 분위기다.
또,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천개를 훌쩍 뛰어 넘는 지점수는 은행의 비용부담을 더욱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위기극복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100여개 지점을 통폐합하고 본부 부서를 슬림화하기로 했다.
또 우리금융그룹도 조직 효율화를 위해 중복 점포를 통폐합하고 당분간 점포신설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일부 적자 점포는 폐쇄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역시 본점조직을 축소키로 하고 한달 전부터 부서별 중복업무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명예퇴직제를 통해 인력을 축소하는 한편 본점직원 140여명을 영업점에 배치했다. 이 은행은 연내 본점 직무 25%인 572개 직무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동안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일부 은행의 경우 총파업을 예고할 만큼 노조의 반발이 거세 구조조정이 큰폭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증권사, 구조조정 확산 가능성
증권업계의 경우 일단 유관기관들이 경영 효율성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주식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이들 기관 역시 '눈치보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 증권거래소는 이사장과 상임감사위원 등 등기임원 전원의 연봉을 20% 삭감하고, 집행간부 연봉은 10% 가량 줄이기로 했다. 또, 부서장급 직원들에 대해서는 급여의 일부분을 반납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예탁결제원도 같은날 전무 및 상무등 임원 6명의 기본급을 30% 이상 삭감키로 했으며, 부서장급 등 상위직 직원의 급여도 5% 가량 반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증권거래소는 연간 11억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예상되고 있으며, 예탁결제원도 인건비 부담이 전년 대비 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역시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지난 30일 하나대투증권은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사장을 포함한 임원 연봉을 삭감키로 하는 내용의 경영자구책을 발표했다.
자구책에 따르면 김지완 사장의 연봉은 25% 삭감되고, 부사장 및 감사를 비롯한 전 임원의 연봉도 15%~20%까지 줄이는 한편 임원수도 축소키로 했다.
또한, 그동안 고비용 논란이 많았던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의 총 연봉도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와함께 상품기획본부는 마케팅본부로 통합시키고, 증권법인영업본부는 법인영업본부로 통합키로 했다. 유사업무 부서의 통폐합을 통해 본부부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나대투 외에도 금융지주사 산하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역시 지주사 결의에 따라 최고경영자 및 임원의 연봉을 삭감키로 했다.
앞서 동양종금증권도 서울지역에서 상권이 중복되는 지점을 통폐합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감원 움직임을 보이는 증권사는 없지만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대대적인 감원태풍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영향권'
한편 보험업계 역시 은행, 증권업계에 이어 구조조정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의 경우 6개월 가량 경기 후행산업이라는 점에서 당장 감원바람이 닥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의 경우 주식투자로 인한 평가손실과 영업부진으로 최악의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8월 퇴직연금을 제외한 보험 해약 건수는 285만7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5% 급증했다.
보험가입자의 해약 환급금도 9조9214억원에서 10조1824억원으로 2.6% 증가했다. 이는 같은기간 보험사들의 보험료 수입 34조439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들자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등의 손해율이 상승하는 등 보험사들 역시 경영여건이 녹록치 않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권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보험업계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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