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시 124만 보험계약자 피해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노동조합 반대로 실사에 착수하지 못한 가운데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불발 시 청·파산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예보는 16일 'MG손보 매각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최종적으로 실사 진행이 안 돼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정리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예보는 지난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3차례 공개 매각과 재공고 입찰을 추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매각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MG손보 노조 반대에 막혀 우협으로 선정된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실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MG손보 매각은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는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 측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실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보에 따르면 MG손보는 2020년 이후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지급여력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는 등 매각을 통한 신속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예보는 메리츠화재가 이번 매각에서 철수할 경우 △4차 공개 매각 △기존보험사로 계약 이전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등 정리 대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실상 추가 인수 의향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청·파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예보는 "약 3년간의 매각추진 과정에서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한 바,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만에 하나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경우 124만명 보험계약자의 직접적인 피해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손보험 등 기존 보험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보험사로부터 재가입이 어려울 수 있고, 5000만원 초과 보험계약자의 경우 예금보호한도 초과로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계약이 해지되면서 해약환급금보다 작은 금액을 파산배당으로 받게 되고, 공개 매각무산에 따른 예보기금 손실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예보는 MG손보 관리인과 협의해 실사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실사를 방해하고 있는 MG손보 노조에 대한 법적조치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예보는 "회사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번 매각 절차가 지연돼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될 경우 보험계약자의 피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파산재단에 재고용(기간제)되는 인력 비율도 매각에 비해 미미할 수 있다"며 "실사에 협조해 매각을 조속히 완료하는 것이 MG손보 근로자 및 노조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