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제국주의 발호의 조건
[홍승희 칼럼] 제국주의 발호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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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미국이 신제국주의 행태를 공공연히 표출하면서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에 앞서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팽창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을 끊임없이 일으키며 제국주의적 야망을 노출시켜왔다.

현존하는 두 강대국의 갈등에 여타 국가들은 좌불안석이다. 중국은 세계인의 20% 가량에 달하는 막강한 인구수로 인해 형성된 큰 시장인 반면 미국은 인구수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소비력으로 막대한 소비시장이 되어 어느 나라도 그 시장이 가진 힘을 외면할 수 없기에 두 큰 시장간 격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시작된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이 유럽국가들 간의 역학관계를 바꾸고 산업화에 한발 늦었던 아시아는 그 이전 제국들의 몰락을 경험했다면, 작금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대륙을 건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양측 힘의 집중이 더 커졌다. 그런 집중된 힘이 불랙홀처럼 주변국들을 끌어들이려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그 주변국가들은 동맹이니 우방이니 하는 미사여구와는 별개로 저마다 버텨내기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제국의 형태는 사뭇 달랐다. 동아시아든 서아시아든 아시아에서 제국은 동심원을 그리듯 주변으로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모습이었다면 산업혁명으로 발전된 운송수단을 앞세운 18세기 유럽의 제국들은 땅 자체를 넓히는 것보다 자원과 시장을 찾아 선점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갔다.

지금은 중국이라는 단일국가가 되었지만 실상 중국의 역사는 외부 민족의 침략으로 왕조가 교체되며 국명이 바뀌는 일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침략을 통해 중국을 지배하던 민족들은 소수 족속으로 많은 인구를 지배하다 자민족이 녹아서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배, 피지배 민족의 땅이 하나의 나라에 속하게 되었기에 주변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게 기본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해 18세기 유럽의 제국은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늘어난 생산물을 소비할 시장과 상품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찾아 식민지들이 세워졌다. 그런 관계로 중국은 무력이 우선하는 팽창을 해나갔다면 유럽은 무력을 앞세울지라도 그 우선 목표는 자원과 소비시장 확보였다.

지금 미·중 간 충돌하는 제국주의적 욕망 역시 그런 역사적 궤적과 유사하게 분출되고 있다. 물론 과거 아편전쟁 등의 아픈 역사적 기억을 갖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이 겪은 치욕을 다른 약소국들을 향해 되갚는 비뚤어진 복수를 하는 모양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넓은 영토, 많은 인구가 곧 힘이라는 인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

유럽 이민자들이 원주민들의 땅을 강압적으로 탈취해 세운 미국은 트럼프 2기 시대에 들어 이제 외국인 이민자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또 자원이 있는 곳, 돈벌이가 될 만한 땅이면 원주민을 내쫓고라도 먹겠다고 달려든다.

트럼프 자신은 오직 자신과 미국의 눈앞 이익에만 집중해 철저히 자본주의적 탐욕으로 밀고 간다면 2기 트럼프를 둘러싼 인적 네트워크는 백인우월주의자, 기독교 근본주의자, 파시스트 추종자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철저히 배타적이고 타국, 타인종에 대한 혐오와 이런 극우적 감정의 확산을 위한 선동에 그들 네트워크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시기 빈부격차는 극심했고 그런 끔찍한 자본주의 탐욕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산주의가 태동하기도 했다. 그런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며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식량조달도 식민지가 확장돼 가며 부가적인 목표가 되었다. 지금 또다시 대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 격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지며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는 빈민의 수가 늘어나면 비례해서 극우 파시즘이 기승을 부린다.

이런 현상은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유럽에서 극우정당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한국 역시 탄핵정국 속에 극렬한 극우들의 집단폭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럴 때 약한 나라들은 내분으로 망하고 강한 나라들은 제국주의적 욕망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자원수탈과 자본침략에 거침없이 나선다.

그러다 한순간에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일이 우리 세대를 빗겨가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커져가는 요즘이다. 이런 시국에 권력 한 자락 움켜쥐고 나라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이들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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