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인력감축 ‘찬바람’
'빅4’ 회계법인, 인력감축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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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100~300명 줄여, 구조조정 시장도 ‘한파’

내년 신입 채용 크게 줄듯…IFRS 시장으로 눈돌려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빅4’ 회계법인이 올 한해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300명가량 회계사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한파의 영향이 적잖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 ‘빅4’뿐만 아니라 중소형 회계법인도 내년 신입사원 채용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빅4' 회계법인 인력 변동 현황
지난달 30일 한국공인회계사에 따르면,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빅4’ 회계법인이 모두 회계사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일회계법인은 올 3월말 2155명이던 회계사가 10월말 2292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신입회계사를 500명 뽑았음을 감안하면 363명이 줄어든 셈이다. ‘빅4’중 가장 감소폭이 크다. 삼일의 회계사 인력 규모가 타사에 비해 2배 이상 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를 이은 것이 한영회계법인이다. 한영은 297명이 줄어, 감소 비율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영 관계자는 “지난 7월 E&Y한영 Advisory라는 자회사를 만들면서 회계사가 100명가량 이곳으로 이동했다”며 “나머지는 연례적인 퇴사 인원 규모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삼정과 안진 역시 각각 139명과 114명이 줄어, 그 뒤를 이었다. 삼정의 경우 신입회계사 60명이 아직 배치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실제 감축 인원은 79명이 된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력 감축이 평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A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4~5년차가 되면, 중소형 회계법인으로 옮기거나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회사를 옮기는 시기는 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9월 이후”라고 말했다.

B회계법인 관계자는 “인력 감소폭이 큰 몇몇 회계법인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년 수준”이라며 “오히려 상반기에 신입 채용을 늘렸다가 하반기에 인력을 줄이는 등 채용계획이 급변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회계업계에서는 내년에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선 지난 IMF와는 달리, 구조조정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IMF 당시 기업 간 M&A가 활발해지면서 회계법인들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에도 M&A 시장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거래 기업의 부도가 늘어나면서 시장 자체가 축소될 여지가 큰 상황이다.

C회계법인 인사당당 임원은 “내년에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수의 회계법인들이 인력활용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삼일과 삼정이 IFRS 솔루션을 출시하는 것 역시 경제위기에 대한 타개책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회계시장의 축소가 예상되면서, 향후 2~3년간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큰 IFRS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D회계법인 관계자는 “IFRS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빅4’의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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