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세종시, 박근혜 핵심변수" 문건 보도
인터넷 '떠들썩'...총리실 "명예를 걸고…" 부인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정부의 전략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문건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문건은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을 실감케 하는 동시에,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의 난처한 입장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그렇지 않아도 세종시 문제의 '키워드'처럼  부각된 상황에서 이같은 문건까지 공개됨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여·여갈등이 새국면을 맞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결별 시나리오를 공공연히 보도하는 상황이 그 한 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마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무총리실은 즉각 문건 작성 의뢰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에, 문건 작성 여부 및 진위 논란도 함께 대두 되고 있는데,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총리실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가 한 홍보기획사에 의뢰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공개됐다. '한겨레'의 보도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이 다시 떠들썩하다. 

문제는 문건 작성 자체보다 문건의 내용. 문건은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현안 분석 시각, 여론 추이 분석, P팩터(Factor) 분석, 예상 시나리오, 홍보 전략 등을 담고 있다. 이 문건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전인 지난 6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세종시 수정안 여론과 관련 "정부 안 발표 직후 여론 향배, 주요 정치지도자의 정부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 67%에 달하는 전체 유동층의 의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적 지지자가 높은 특정 정치지도자가 '정부안 반대' 의견을 천명할 경우 '수정안 지지자' 중 78.5%에 달하는 유동층에서 큰 동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문건에 등장하는 특정 정치지도자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칭하며, 'P'로 표현했다. 특히, 문건은 기존 정치 행태로 볼 때 분명히 반대 입장을 표현할 것"이라며 "P팩터가 세종시 현안의 유일한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P'가 '즉각반대'에 나설 경우 '야당-충청권의 격렬한 반대' '지지율 급락' '험난한 국민 설득'으로 이어지는 '하드 랜딩'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문건은 지적했다.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문건이 '하드 랜딩'을 막기 위해 "우호적 논조의 청와대 출입 기자 등을 활용해 '특정 정치지도자의 발표 직후 여론개입'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기자 칼럼을 게재하라"는 식으로 언론을 활용한 홍보 전략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 박 전 대표에게 정부 안 발표 전 비공개 브리핑 등으로 예우를 갖출 것도 조언했다.

이밖에 이 문건은 2003년 부안사태와 2008년 촛불시위,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 국민의 반대로 정책이 철회된 사례를 제시하며 "수정안 발표가 '이성적 토론' 국면으로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청도 배려, 충청도 실리'와 같은 표현 대신 '충청인의 대승적 결단'이라는 표현을 제시하는 등 언어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도 당부했다.

한편, 이 문건이 논란거리로 부각되자, 국무총리실은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문건 자체를 작성한 적도, 홍보기획사에 작성을 의뢰한 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명예를 걸고 총리실에서 밝히지 않은 것임을 밝혀 둔다"고 까지 말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진위여부가 문건의 내용못지 않게 주목받고 있다.

이양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