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사들, 전문성 강화 '공염불'
<기자수첩)>증권사들, 전문성 강화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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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됐지만 증권사들의 근시안적 경영행태는 여전하다. 글로벌 IB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관련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필요한 인재 양성은 뒷전인 채 스카우트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신생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를 확대 개편한다며 애널리스트 영입에 적극 나섰다. 물론, 인력 수급은 거의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에서 이뤄졌다. 리서치센터가 곧 리테일 영업력임을 감안하면 인력은 빼앗긴 증권사로서는 조직을 재정비하는 시간동안 장사에 큰 지장이 생긴 셈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올해 부터 시작되는 SPEC, PEF 등 신IB 관련 사업 진출을 위해 전문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처음 열리는 시장인 만큼 전문인력 확보가 향후 성패를 가름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해외 인재를 영입한다고는 하지만 네트워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인력은 대부분 국내에서 수혈되고 있다. 선진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인재들이 단기 성과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증권사를 돌다 보니 회사의 차별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증권사들의 전문성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자격증 제도가 강화되면서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국내 증권사 직원들의 자격증 보유율은 70%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은행과 비교하면 월등히 앞서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9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증권사들 역시 전문성 강화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직원들의 교육프로그램 마련에 인색하기만 하다.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증권사의 경우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전체 영업이익의 2%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도 이는 대형증권사 얘기다. 막대한 초기비용으로 아직까지 적자난에 허덕이는 신생 증권사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외부기관에 교육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 헌데 문제는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증권사 핵심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증권사의 사업은 대부분 단기 성과로 평가되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들여 직원들을 교육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최근 증권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확보해 글로벌 IB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산업의 구조 재편에  전문성 확보는 더이상간과 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됐다. 부디 이번엔 그 다짐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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