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어윤대 카드' 파장 '촉각'
금융권, '어윤대 카드' 파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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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회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
KB+우리+산은지주 시나리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지난해말 금융감독당국과의 크고작은 마찰에 기인한 황영기 전 회장 및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 회장직 사퇴 이후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정부측 '히든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윤대 카드'의 경우 정부의 금융시장 선진화 방안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어 위원장의 경우 한은 총재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데다, 본인도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해 한은총재 및 KB금융 회장직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슈퍼 메가뱅크' 신호탄?
정부가 올 상반기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KB금융이 대형 시중은행간 합종연횡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국내 최대 금융사라는 점에서 금융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이 큰데다, M&A(인수합병) 실탄이 충분하다는 점, 그리고 회장 자리가 공석이라는 점이 정부 개입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계의 삼성'을 육성코자 하는 정부로서는 KB금융을 향후 시장재편에 활용코자 하는 동기가 갖춰진 셈이다. 특히 은행-비은행 규모가 9대 1에 육박하는 KB금융을 중심으로 시장재편이 이뤄질 경우 은행권은 넘어 증권, 보험 등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초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사간 합종연횡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일부 대기업들이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증권사의 난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측 핵심인사로 꼽히고 있는 어 위원장이 KB금융의 회장으로 추대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실로 '쓰나미급'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어윤대 카드=슈퍼메가뱅크'라는 공식을 그리고 있다. 어 위원장 역시 공식석상을 통해 국내 금융사들의 덩치를 글로벌 은행 수준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중을 피력해 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꼭 어윤대 카드가 아니더라도 KB금융 회장 자리에는 정부측 인사가 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우리금융 민영화에 이어 산은지주 민영화까지 KB금융이 주도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윤대 카드' 파장 어디까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및 일부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왔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2006년 인수 기회가 있었으나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증권사의 경우 대우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 번번이 무산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KB금융의 M&A를 주도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항간에 회자되고 있는 '슈퍼메가뱅크'는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은 물론, 산은지주 인수까지 포함되는 사상 초유의 거대 프로젝트다.

전문가들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2조원대의 실탄을 포함해 KB금융의 막강한 자본력을 활용할 경우 실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에 해외부문에 강점을 가진 산은지주가 합쳐질 경우 국내외를 아우르는 '3박자 매력'을 모두 갖추게 된다.

또,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부 금융지주사의 증권사 및 지방은행이 분리 매각될 경우 증권사간 M&A 및 지방은행들간 합종연횡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로서는 '금융사 규모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일각의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데다 은행권은 물론, 증권업계를 재편하는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반면 우리금융과의 유력 M&A 상대로 거론되고 있는 하나금융의 경우 대등합병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등합병 과정에서 정부 지분이 상당수 남아 있기 때문에 민영화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위원은 "현 주가 수준으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할 경우 3조원에 가까운 부의 영업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양사 합병추진의 장애요인"이라며 "KB금융의 경우 은행권 최고 수준의 기본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2.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외환은행 뿐 아니라 우리금융 인수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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