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vs 삼성물산 극한대립…왜?
코레일 vs 삼성물산 극한대립…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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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추락으로 자금조달 창구 막혀
“코레일의 삼성물산 길들이기 안 통할 것”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총 사업비 30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코레일과 삼성물산이라는 두 고래의 싸움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이 19일 삼성물산 측에 “개발 사업권을 반납하고 빠져 달라”는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레일은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의 전면적 구조개편과 외부 건설투자자 공모 계획을 밝히면서 사업 정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코레일의 삼성물산 길들이기를 위한 상황극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삼성물산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우리에게 정말 책임이 있다면 법적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온다니 안타깝다”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레일에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용산 프로젝트 무산 시 코레일이 가장 큰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코레일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삼성물산. 그들의 신경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8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토지 값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2007년만 해도 부동산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라 건설사들은 핑크빛 미래를 꿈꿨다고 한다. 코레일 소유인 개발 예정지의 땅값 비용을 충분히 만회할 만큼 큰 수익을 낼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코레일 역시 당시 고속철도 건설 등으로 떠안은 엄청난 빚을 땅을 팔아 단번에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부동산경기가 추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금융위기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결국 지급보증이 가장 큰 문제다. 사업 추진 당시와 달리 PF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금융권에서 너무 몸을 사리다보니 코레일이나 삼성물산이나 이렇게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는 건설사들의 지급보증으로 PF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던 PF 보증채무가 막대한 상황에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에 추가 지급보증을 서기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땅값을 마련하지 못한 드림허브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용산역세권 사업 출자사)는 토지대금 8조원 가운데 지난해까지 1조5천억 원 가량을 지불하고서, 향후 4회로 나눠서 내기로 한 계약금 중 4차분 3천175억 원과 2차 토지매매 중도금 3천835억 원을 아직까지 미납한 상태다.

자금조달 방안이 점점 불투명해지자 코레일은 원래 계약내용을 바꿔가며 사업을 끌고 가려 했지만, 결국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투자자들이 지난 이사회에서 지급보증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채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코레일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업자 교체 카드까지 들고 나왔지만 코레일의 계획이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행사인 드림허브 내에서 삼성물산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6.4%라는 적은 지분율에도 컨소시엄 대표사라는 명목으로 시행사의 이사진 2명의 지명권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컨소시엄 파트너인 삼성SDS의 이사 지명권(1명)을 포함하면 삼성그룹 측이 지명한 이사는 10명 중 3명이 된다.

오는 23일 열리는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코레일의 뜻대로 사업자 교체 안건 등이 통과되려면 5분의 4(8명) 이상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사 숫자의 열세로 삼성물산을 퇴출시키지 못한 코레일이 특별주주총회를 소집한다 해도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이라는 대형 건설사가 빠지면서 그 자리를 메울 만큼 탄탄한 규모의 후보가 마땅치 않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사업성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대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새로운 건설사를 구하는 것도, 용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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