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하나銀, 걸음마다 '삐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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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철
  • 승인 2005.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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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신년행사 조직적 보이콧 파행
노사갈등, 리딩뱅크 행보 번번이 발목

하나은행 노사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다가올 금융대전을 앞두고 너도나도 희망과 단결을 외치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노사간 깊어진 갈등의 골을 드러내며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지난 8일 해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치러지던 신년행사 ‘하나은행 출발 2005’가 임원과 간부직원 중심으로 초라하게 치러졌다. 조직통합과 임금협상 부진에 반기를 든 직원들의 집단적 보이콧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노동조합 중심의 소규모 대응이 아니라 전체 직원 대다수가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날 행사 참여 인원은 대략 1천여명. 임원 50여명과 전국점포장, 본부부실 팀장 700여명 등 간부급 직원이 대부분이었고 일반 사원은 눈에 띄는 정도였다. 매년 4천~8천여명에 이르는 전직원이 참가해 행사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던 모습과 비교하면 파행이라 할만한 수준이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9천여명에 가까운 직원들 대부분이 행사에 불참했고, 참석한 일부 직원도 비정규직과 청경 등 고용불안의 약점을 가진 계약직 직원이 대다수였다”며 “이는 노사현안 해결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 민심의 현주소”라고 주장했다.

이날 하나은행측은 행사 예정 시각인 1시까지 참석자 수가 미미하자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행사 참여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장과 팀장들의 설득에 인근 지방직원과 본부직원 일부가 뒤늦게 합류했고 심지어 대전지역 콜센터 직원들도 급히 상경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행사는 2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30분경 조촐히(?) 시작됐지만 세계 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하나은행의 모토는 직원들의 외면 속에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직원은 “노조와의 협상이 타결중에 있다는 문자가 거짓인 것을 알았지만 (지점장과의) 정에 이끌려 할 수 없이 행사에 참석했다”면서 “행사에서 ‘people’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경영진들을 보며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날 행사 막바지 김종열 부행장은 행사 참여직원들에게 명함을 제출할 것을 지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위 직원은 “명함을 제출하라는 어이없는 지시에 많은 직원들이 거부하고 그냥 돌아갔다”며 “참여직원과 불참직원 명단을 공개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려는 건지, 직원간 분란을 조성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은행의 미래에 대해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부행장은 행사 후에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 이날 행사 파행의 책임을 전가하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행장은 성과급과 FM/CL(이원직군제) 문제 등 노사 핵심현안 5가지를 들며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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