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 투자대회, 부실관리·감독이 '원인'
'도박판' 투자대회, 부실관리·감독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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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관행 개선 '미지수'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투기성과 불공정거래로 지적을 받아온 증권사 주식투자대회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받게 됐다. 하지만 주식투자대회가 '도박판'으로 변질된 배경에는 증권사의 무리한 욕심과 금융당국의 방임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대회 뭐가 문제길래?

31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이 투자대회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행정지도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투기나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이 마련한 행정지도는 증권사 투자대회의 과도한 상금을 억제하고 단기수익률 위주로 순위를 매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증권사 자율영역인 투자대회에 개입하기로 한 것은 투자대회의 관행을 서둘러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대회는 보통 2~3개월 동안 열리며 참가자들은 투자의 과정이나 내용은 무시되고 대회 기간 동안 올린 최종수익률로만 평가받는다. 이러한 관행 때문에 투자대회는 건전한 투자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취지와는 달리 '도박판'으로 변형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가총액이나 유통량이 적어 주가의 등락 폭이 큰 '잡주'를 단타 매매해서 시세차익을 확보하는 방법은 기본, 분이나 초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스캘핑'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여러 실전투자대회에서 우승한 한 참가자가 이들 대회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인들의 계좌로 허위 매수주문을 내 주가를 끌어올리고 단타 매매하는 방식으로 투자대회에서 월등한 기록을 거둬 십수억에 이르는 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증권사 모두 책임"

이처럼 투자대회가 투기장으로 변질된 것은 증권사의 탐욕과 금융당국의 방임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사들은 투자대회 참가자들에게 자사 계좌를 통해 거래하도록 하고 필수 회전율 규정을 둬 매매 빈도를 높이고 있다. 매매 빈도가 높을수록 증권사 수수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단타 매매가 많을수록 증권사로서는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인만큼 말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2~3개월 동안의 투자대회 동안 수수료로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 정도인 상금이나 운영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금융당국의 방임도 문제다. 그간 투자대회를 개최하는 증권사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을 필요 없이 금융투자협회의 간단한 심사 절차만 거치면 모두 승인됐다. 또한 이 심사 절차마저도 투기나 불공정거래 예방과 관계없는 광고에 대한 요건만 보는 심사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같은 관행이 사라질 지는 미지수다. 투자대회 심사 절차를 개선하려는 움직임 없이 행정지도로만 사태를 봉합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투자대회에서 불공정거래를 막는 것 등은 증권사 스스로 할 일"이며 "현재의 투자대회 심사 절차를 변경하거나 대규모 조사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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