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시행정에 허리 휘는 보험사들
[기자수첩] 전시행정에 허리 휘는 보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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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정부의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손해보험사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금융당국의 탁상공론식 '오락가락' 정책에 애꿎은 개발비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허용했다. 이후 정부의 자동차보험 개선대책 등의 효과로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이번에는 보험료를 다시 내려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당국은 당분간 손보사들에게 자보료 인하 여력이 없다며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손보사들이 여전히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당국은 보험사들을 상대로 '마일리지 차보험' 개발을 지시했다. 자보 손해율이 안정화된 만큼 그 혜택을 보험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 상품은 자동차 운행을 적게 한 만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구조로 '친서민 정책'에도 부합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할인 기준이 되는 주행거리 7000㎞에 대한 지적이다. 7000㎞ 이하만 주행했다면 할인을 해주지만, 7000㎞ 이상의 차량은 보험 가입도 안된다.

그러나 자동차 한 대당 연평균 주행거리는 1만7374㎞. 7000㎞ 이하 운전자는 약 13%, 5000km 이하 운전자 약 5~8% 정도다. 즉 마일리지 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운전자는 10명 중 1명꼴인 셈이다. 게다가 최고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사람은 100명 중에 5~8명밖에 안돼, 일반 운전자들은 가입의 문턱도 못 넘는 것이다.

게다가 주행거리 확인 방법 등이 정확하지 않아 보험사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탁상공론식 행정이 보험사들의 개발비용만 축낸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무슨 힘이 있나. 정부가 만들라고 하니까 만드는 것이다"라며 "보여주기식 정책을 위한 상품에 개발비만 낭비되고 상품 판매도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보험사들에게 관련상품을 출시하라고 권하는 것은 당국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준비 없는 여론 잠재우기식 정책은 업계의 피해는 물론,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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