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경영진 교체를 보는 시각
소니의 경영진 교체를 보는 시각
  • 홍승희
  • 승인 200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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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중 글로벌화가 가장 분명하게 진행된 기업이 소니가 아닐까 싶다.

그 소니의 CEO가 일본인 아닌 영국계 미국인으로 결정된데 대해 한국의 재계는 무척 긴장하는 듯 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좀 놀랐다는 정도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일인데 유독 한국의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어 눈길을 끌었다.

시장 개방에 따른 경영권 방어 논란이 일고 있던 시기여서 더 관심이 컸으리라 여기지만 창업주 직계 아닌 제3자가 경영권을 가지면 기업을 잃었다, 혹은 빼앗겼다는 식의 박탈감을 유난히 드러내는 한국 기업들의 가부장적 인식틀과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소니 정도 되면 외국인 주주들의 비중도 크겠지만 그 못지않게 기관투자가들의 몫이 크다. 그들의 판단이 경영진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은 자명하다.

70년대 세계 전자산업, 특히 소형 지향적 엔터테인먼트 기기 분야에서 소니의 입지는 단단했다.

그런 소니가 90년대 들어 문화 컨텐츠 쪽으로 눈을 돌린 것도 변화하는 시대적 추세를 잘 읽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소니의 길은 꽤 험난했다. 근래들어 어느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지 못했고 그 결과 경영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으니 경영진 교체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가질 문제는 왜 경영성과 부진이 초래됐는가 하는 점과 그 책임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워졌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CEO가 어느 나라 국적을 가졌느냐는 실상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다고 소니가 미국 기업이 될 것도 아니고.

이번 경영진 교체가 있기 전에 소니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제법 있었던 듯하다.

이번 경영진 교체시 차기 CEO로 세인들의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구다라치 부사장이 전임 CEO인 이데이의 정책을 비판하며 전자부문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불만을 적잖이 내놓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소니는 이번에 경영진을 교체하면서 그 둘을 모두 내보내 버렸다.

그렇다고 구다라치의 주장이 틀렸다고 진단한 것 같지도 않은 것이 구다라치가 강조했던 전자부문 경력이 풍부한 추바이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함으로써 그 부문의 중요성은 인정한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상 스트링거 신임 회장은 미국 CBS 출신으로 소니가 컨텐츠 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그런 신임 회장을 보완할 사람으로 추바이를 선택했다는 것은 전자부문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영진 내분을 일으킨 구다라치가 이데이와 동반퇴진했을 뿐이다.

요즘 소니의 진로를 놓고 ‘소니다움’을 회복하라는 주문이 많은 모양이다. 그 소니다움은 국내의 관련 업계 관계자들도 눈여겨 볼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 소니다움에는 제품의 경박화라는 특성과 함께 기업문화에서 기술인력들이 창의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소니는 창업 초창기에 기술개발에 앞장서는 CEO와 기술인력들이 한마음으로 기술개발을 ‘즐겼다’는 것이다.

기술개발을 중시하는 CEO가 있었기에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기술인들의 고백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기업문화가 단기간에 소니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이라면 이후 오직 ‘경영’ 만을 생각하는 CEO들의 잇단 등장은 그런 원동력을 약화시키며 기업의 활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요근래 한국경제의 미래는 IT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소리들은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을 핵심으로 삼아야 할 IT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좀 의심스럽다.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그 기술인력들이 과연 신나게 개발에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경영인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 신바람은 눈앞의 월급봉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닐 터이다.

기술개발의 컨셉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영자, 기업의 모든 성취를 진정으로 공동의 성과로 인정하고 미래의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경영자가 신나는 기업문화를 창출해내고 성공하는 기업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경영자가 얼마나 있는지에 한국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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