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岐路에 선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
[기자수첩] 岐路에 선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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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미선기자]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6일 첫 출근에 성공(?)했다. 선임된 지 엿새 만, 출근 시도 세 번 만이다. 신 회장은 지난 일주일간 두 번의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동조합의 저지로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돌연 정상 출근을 하자 일각에서는 노사 간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 회장의 첫 공식 업무도 농협중앙회 노동조합과의 만남이다. 그는 허권 노조위원장과 만나 최근 정부와의 경영개선 이행약정서(MOU) 체결로 인한 농협 직원 고용안정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에서 노사간 어떠한 얘기가 오갔는지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양측간 갈등으로 농협금융의 산적한 과제가 뒤로 밀려선 곤란하다. 농협금융은 내일(27일) 2대 농협금융 회장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신 회장은 조직 안정화 말고도 적잖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관치금융'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을 선임한 것은 농협금융의 당면과제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협금융이 국회 및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외부 인사'를 원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는 농협이 4조원의 농협금융채권을 발행하면 5년간 8000억원의 이자를 보전해 주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고작 400억원만 지원했다. 나머지는 MOU에 따른 경영 이행 사항이 미흡하면 언제든지 삭감될 수 있다.

또한 농협금융은 산은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 총 1조원을 현물출자받기로 했으나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다. 국회 개원이 늦어지는데다 산은지주 기업공개와도 맞물려 있어 국회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협금융의 경영 정상화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 22일 신 회장은 노조로부터 출근을 저지당하자 "난 '적법한 절차'에 의해 당선된 회장이지 낙하산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장직을 고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혀온 신 회장으로서는 노조의 반발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좀더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신동규 회장은 신충식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불과 12일 만에, 그것도 제대로 된 면접도 없이 차기 회장에 선임됐다. 이제 '낙하산 인사'로 임기를 보내며 노조와 정부에 끌려다닐지 농협금융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지는 온전히 신 회장 자신의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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