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은 '제식구 감싸기'도 필요하다
[기자수첩] 한은 '제식구 감싸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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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한은 김중수號가 출항한지 벌써 2년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한은 내부의 분위기는 김 총재 취임 직후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내부 화합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묘연하다는 얘기다.  

1주일 전, 한은 내부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직원 사찰' 논란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한은 게시판에 직원들간 비방이 격화됐는데 일부 직원들이 IP주소 추적 등을 법규실에 문의했다. 이후 법규실이 직접 법률회사에 이를 문의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중수 총재에 대한 비방전이 들끓기도 했으며 노조는 '직원 사찰을 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추가로 심화되지는 않는 모습이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뒤끝이 개운치 않다.

물론 한은 역시 거대한 조직인 만큼 일부 내부잡음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중앙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같은 내부 파열음은 금융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총재는 최근 직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한은 설립이래 최초로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가졌다. 무려 1800명이 참석한 거대한 규모의 행사였다.

그러나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만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화살은 행사를 주최한 김 총재에게로 향했다. 제대로 소화해 내지도 못할 행사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자가 만난 한 한국은행 관계자도 "여러 총재들을 모셔왔지만 김 총재 임기 때만큼 한은이 시끄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한은이 참 다이나믹(?)한 조직이 돼가고 있는 듯 하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총재가 한은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또 김 총재가 한은 내부출신이 아닌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점이 리더십의 근본적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배에 균열이 생기면 선원을 비롯한 배 전체가 가라앉듯이 잦은 내부 균열은 한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은맨'으로 있는 이상 제얼굴에 침뱉기와 다름 없다는 얘기다. 때로는 김 총재를 중심으로 단결된 한은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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