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책은행이 시장교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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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다이렉트뱅킹이요? 우리라고 왜 검토를 안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고금리를 책정하면 역마진이 불가피합니다. 과당경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시중은행 임원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골치가 아프다는 푸념을 늘어놨다.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는 정부은행들이 역마진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파격적인 금리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은 엄두(?)도 못낼 파격적인 행보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내달 1일부터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연 12%에서 10.5%로, 연체대출 최고금리를 연 13%에서 12%로 인하한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연체대출 최고금리는 통상 연 18% 수준이다. 산은은 지난해 9월 연 3.5%대의 무점포 온라인 수시입출금 예금상품인 'KDB다이렉트'를 출시해 시중자금을 무섭게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국책은행의 이같은 영업전략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그간 국내 시중은행들은 높은 대출금리와 낮은 예금금리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시장교란'이라는 말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의 주장처럼 '역마진' 우려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전국 지점이 1천여개에 달하는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산업은행의 점포는 고작 70여개에 불과하다. 산은측 설명처럼 관리비용이 적다보니 고객들에게 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기에 가능한 모델이라는 얘기다.  

기업은행 사례도 마찬가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도 일정규모의 개인고객군을 보유한 상업은행의 자산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소기업 지원에 앞장서면서도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기록해 왔다. 대출금리를 인하한 것도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사실상 100% 수익을 개인고객들의 대출금리로 충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물가 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예금 금리를 제공하면서 국책은행을 '시장 교란자'로 몰아부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국책은행들의 파격 행보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금융서비스의 '다양성'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 점은 시중은행들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푸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좀더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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