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암운 드리운 여의도
[기자수첩] 암운 드리운 여의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요즘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대로라면 저희도 통폐합 되겠지요." (A증권사 모 지점장)

국내증시에 낀 먹구름에 금융투자업계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일년 새 반토막 났고 지난 25일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증권사 1분기(4~6월) '어닝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지점 및 부서 통폐합에 나섰다. '벌기'가 쉽지 않으니 비용이라도 '아끼겠다'는 취지다. 올해 채용계획이 아예 없다고 밝힌 증권사도 적지 않아 자칫 고용시장에까지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증권업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비단 단기적인 실적악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별 증권사만 놓고 보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위주의 천수답식 수익구조가 원인이지만 업계 전체로 놓고 보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비용절감에 나서고 인력을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 1990년대말 32개에 불과했던 국내 토종 증권사는 정부의 라이선스 남발로 10년 새 62개로 증가했다. 차별성 없는 고만고만한 증권사들의 출현은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매년 수수료를 둘러싸고 업체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파생상품거래세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역시 금융투자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증권업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안팎으로 업계가 악화일로에 놓이자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임계점(臨界點)에 와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임계점이란 어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바뀔 때의 온도나 압력을 말한다. 물질 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온도와 압력이 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금융투자업계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증권사의 경우 업무특화 및 차별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업계 전체로는 자발적 M&A(인수합병)를 통해 '규모의 경제' 시현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역시 1985년부터 10년간 무려 35%에 달하는 증권사가 줄었다.     

정부 역시 업계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자본시장의 균형을 깨지 않는 혜안을 발휘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형IB(투자은행) 출현을 염두에 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