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의 '자가당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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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장도민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업황불황에 맞서 영업지점 통폐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62개 증권사의 4~6월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무려 73% 감소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구조조정'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실제 지난 5월 일부 증권사들의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신호탄으로 업계의 구조조정설은 갈수록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상당수 자산운용사는 물론 일부 중형급 증권사마저 '매각설'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6월말 증권업 종사자가 3년만에 처음 감소했다는 점은 업황악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같은 분위기에도 증권사 보고서는 비관보다 낙관 일변도라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보고서들 가운데 매도 의견을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강력매수가 25건, 매수 2814건, 중립 294건으로 극히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

사실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일변도 보고서는 하루이틀 문제는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한 여파로 2200선을 바라보던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하회하는 수준가지 내려앉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은 단 한 건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직전 해인 2010년에는 아예 전무했다.

증권업 분석 보고서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경쟁사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아니면 말고' 식의 증시 흐름에 역행하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A증권사는 "최근 국내 증시의 경우 정책적 리스크가 거의 없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조차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불확실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여부 등을 염두해 두지 않은 지나치게 속보이는 분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B증권사도 최근 "비온 뒤 하늘이 개는 우과천청(雨過天晴)의 시장을 기대한다"며 투자권유 보고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글로벌 증시 흐름에 역행한다는 투자자들의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웠다.

물론 실적악화의 주된 요인이 주식거래량 급감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늬앙스의 보고서는 증권사들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누가봐도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보고서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만 갉아먹을 수 있다.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전망대로라면 직원과 지점수를 감축하고 있는 현 상황은 말 그대로 '겉과 속이 다른 행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강력 매도' 보고서를 낼 수 있는 '메기 증권사'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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