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면초가' 손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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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손해보험업계가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외 경기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여기저기 볼멘 소리도 나오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보험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실손보험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는 갱신기간 1년으로 단축, 실손만 보장하는 단독형 상품 출시 등 이미 알려졌던 내용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보험업계는 절충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가능성도 업계를 우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는데, 이에 업계에서는 손해율 상승을 억제해 보험료 인하를 주문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손해율은 계절적 요인으로 재차 악화됐다. 거의 모든 손보사 손해율이 전월대비 상승했는데, 이를 '희소식'으로 받아들이는 손보사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손해율 악화가 보험료 인하 명분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보험사들은 요율산정 이후 연말께 보험료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확고하기 때문이다..

악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자산운용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는 것.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금리 저축성상품의 보험금 지급에 따른 역마진 발생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손보사들은 공시이율을 인하하고, 일부 회사들은 방카슈랑스를 통한 일시납 상품판매까지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내에서 한숨섞인 목소리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 예상했던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손보험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경쟁적으로 상품을 팔아왔다. 지난 2009년 9월 보장범위가 100%에서 90%로 축소되자 절판마케팅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성보험도 마찬가지. 일시납 상품이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서 상품출시를 하고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현재는 고금리에 따른 역마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당국의 '일방통행'식 규제와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수익성 방어를 위한 자체 정화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경영악화를 보험료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행태가 반복되다보니 당국이 강제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

물론 당국의 이같은 압박의 배경에는 '대선정국'이라는 특수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겠지만, 보험사들의 안일한 행태가 '관치(官治)'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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