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사고와 경영
미래형 사고와 경영
  • 홍승희
  • 승인 2005.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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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국내 경제5단체가 투명사회협약의 경제부문 실천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올 연말까지 5백대 기업 중 70%가 윤리헌장을 제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부패방지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행동이다.

그동안에도 재계에서는 종종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이런저런 실천 다짐을 해왔다.
정권이 바뀌고 무언가 혁신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에 동조하는 구호성 실천방안을 내놓지만 크게 변한 모습을 보인 경우는 드물다.

이번 다짐도 그런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성 싶다.

그래서일까.

함께 사는 세상,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재계는 매우 진지한 답을 마련하곤 하지만 다수 국민들이 그런 재계의 행동에 큰 기대나 신뢰를 보내지는 않는다.

한국의 기업들이 과연 국민 다수에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믿을만한 동반자로 비쳐진 적이 있긴 했나 싶을 만큼 서로 겉돌기만 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다수 국민은 서로 밀접한 관계 속에 공존하고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기업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많은 국민들의 노동력을 사줄 대상이라는 것이겠고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그 많은 국민들의 가장 큰 존재의미는 자사 상품의 소비자라는 점일 것이다.

서로 어긋나 보이는 이 관계를 하나로 통합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노사정위원회도 있을 것이지만 제대로 작동돼 본 적 없는 기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런 우리 눈에 비치는 몇몇 외국 기업들의 행태는 다소 낯설다.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실업자 문제 해결에 매우 적극적이라 한다.

그 이유를 “그들의 소득없이 누가 우리의 차를 사 줄 것인가”라는 한마디로 설명한다.

그들만 그런 사정일까.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히로시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 자동차업계의 경영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업체가 다소 숨돌릴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며 일본도 그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대약진에 따른 무역마찰을 우려해서일 터이다.

이 두 회사는 모든 경제적, 사회적 행위에는 상대가 있다는 점을 확실히 깨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유가 다소 속되지만 노름판에서도 상대의 패를 읽을 줄 아는 사람과 내 패만 열심히 들여다보는 사람 중에서 누가 돈을 따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저들은 노련한 경영을 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시장에서조차 무력시위에 중독 돼 가는 듯해 비교가 된다.

자국 기업 이익을 지킨답시고 외국 기업들에게 종종 우격다짐하듯 자국 중심의 무역질서를 강요하고 외국 정부에 대한 윽박지르기에 맛을 들인 듯한 행태를 종종 보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자국에 별 보탬도 안 될 정책까지 막연한 느낌과 관성만으로 요구해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요즘은 중국 위안화를 평가절상 하라고 꾸준히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미국 상무부 보고서가 이를 미국에 별 도움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하는 정도다.

위안화 가치가 높아진다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해소되고 고용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이들 가운데 어느 쪽이 미래의 세계 시장에서 주역이 될까.

이미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기울어가는 고대광실이 단시일 내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마냥 버틸 수도 없는 것이 이치 아닌가.

그 이치를 다시 국내로 돌려 적용시킨다면 국내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은 어떤가.

울타리 없는 바다에서도 어족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 ‘키우는 어업’이 시도되고 있다.

그처럼 기업들도 시장을 키우고 노동인력을 키우는 일에 합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의 핵심주체가 기업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같은 사회적 필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사회와 분리된 경제가 없고 시장 없는 기업이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한국 기업들이 미래의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아직은 더 수련을 쌓아야 할 모양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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