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상장폐지-워크아웃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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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6년간 매각작업 실패…적자누적 '자본잠식'
4월까지 해소 못하면 '상장폐지'…출자전환 '변수'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쌍용건설이 결국 상장폐지와 워크아웃의 갈림길에 놓였다. 외부자금 유치를 통해 지난해에만 네 차례나 시도했던 매각작업이 불발되는 사이 대규모 결손이 발생해 자본금을 모두 까먹을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4월1일) 전까지 자본잠식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는 지난 9일 자본잠식 가능성을 이유로 쌍용건설의 주식거래를 잠정 중단했다. 자본잠식은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쌍용건설은 2004년 워크아웃 졸업 후 7년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2011년 1570억원 순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내 자본전액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주택이 늘었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가운데 갚아야 할 돈이 계속 돌아오다 보니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이다.

BBB+이던 회사채 신용등급도 지난해 10월 BB+로 떨어진데 이어 향후 자본잠식이 확정되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그나마 현금이 돌던 해외현장에서 선수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1500억원과 하도급 업체 공사대금 요청도 막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쌍용건설의 위기는 6년에 걸친 회사 매각작업이 모두 무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2002년 대주주가 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7년부터 M&A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에는 주식 매각을 포기하고 지난해 말 외부투자자에게 유상증자로 경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마지막 매각에 나섰다. 현재 해외 투자자 2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최고가 매각' 원칙에만 집착한 것이 매각 불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터져 시장이 나빠진 2008년에야 매각을 시작한데다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없어 회사가치가 계속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 동국제강이 2008년 제시한 쌍용건설 인수가는 주당 3만10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1/10 이하다.

이와함께 자본잠식에 따른 코스닥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내달 말까지 자본잠식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쌍용건설의 유일한 회생방안으로 꼽히는 출자전환도 어려워진다.

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 전까지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증자를 통한 매각작업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캠코가 지원방안을 두고 채권단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출자전환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상장폐지를 모면하고 정상화되기 위해선 대주주인 캠코가 ABCP 인수 등 700억원 지원에 나서고 채권단이 13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원에 실패할 경우 다시 워크아웃 추진이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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