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의 술잔
루빈의 술잔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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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도형. 다의 도형. 같은 도형(그림)이면서 원근 또는 그밖의 조건으로 다르게 뒤바뀌어 다른 그림으로 보이는 도형. 네커의 입방체 등이 그 예임.
`루빈의 술잔이란 걸 본 적이 있다. 두 개의 술잔이 붙어있는 가 했더니 어느 틈엔가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믿어왔던 시각에 대한 불신감의 강도는 어린 내가 느끼기에도 강했다.

모든 존재가 그렇다. 중요한 것은 각도다. 보는 각도, 느끼는 각도, 그리고 해석하는 각도에 따라 의미도 달라지는 법이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같은 환각성분이 인디언들에게는 집단 통합을 강화하는 촉매제로 쓰이는 가 하면 미국인에게는 총질을 충동하는 물질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식이다. 중요한 것은 각도의 차이다.

언론의 다양한 역할 중에 중요한 것 하나만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각도의 안내를 꼽는다. 언론은 그냥 언론이 아니다. 사회현상을 정확히 기술해 두고 독자들에게 보는 각도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 모든 사회현상은 `루빈의 술잔이 된다. 이를 술잔 혹은 연인으로 느끼게 만드는 건 언론이다. 이 지점에 언론사가 가진 `주관과 `방향이 개입하는 것이다.

서울파이낸스가 출범했다. 기실 전문지를 이끄는 건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전문이라는 두 글자 탓에 현상의 `팩트(fact)만을 전달해서도 안되거니와 만만한 분석이 나와도 웃음꺼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름대로의 경계를 지니기, 여기에 정확한 각도를 제시하기는 그래서 전문지가 가진 가장 힘든 부담꺼리요, 영구 과제가 된다.

한동안 `링의 함의에 집착했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고리는 구속을 나타낸다. 하지만 피어싱(혀나 입술을 뚫어 금속 고리를 끼우는 행위)을 하는 층에게는 `해방과 `퇴폐의 의미로 읽힌다.

금융인이면 누구가 아는 사실이지만 서울파이낸스의 전신은 증권금융일보(한국금융신문)다. 한동안 일간지로 지내다 주간지(한국금융신문)로 변신했고 여기에 다시 `코뚜레를 하고 서울파이낸스가 나왔다. 일간지가 주간지로 변했다는 것은 퇴행의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파이낸스는 나름대로 줏대있는 피어싱을 당당히 해 내리라 믿는다. 그 피어싱은 구속과 퇴행의 의미가 아닌 진보와 해방의 함의를 지니고 있으리라.

전문지 영역은 일간지 영역만큼 춘추전국시대다. 서울파이낸스만이 가진 독특한 각도로 새로운 금융 `루빈의 술잔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정보통신팀 신익수 기자/s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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