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내년 성장 전망, 0.1%p, 0.2%p씩 하향···"내년 영향 더 클 것"
美·中 관세갈등 속 환율 변동성과 외인 자금 이탈 압력 확대 우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부과되면서, 국내 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 전망치가 크게 하향 조정됐으며, 물가와 금융시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성장률이 0.4%p(포인트) 이상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미국 신정부가 2분기는 돼야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다른 주요국에 대한 관세 수위도 낮게 설정해 유연한 협상기조를 견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대중국 관세 부과시점은 2월로 앞당겨졌을 뿐 아니라 관세 수준도 기존 10%에 10% 추가 관세가 붙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수준도 25%나 책정되는 등 기존 예상보다 높은 강도의 관세가 조기에 시행됐다. 현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내달 2일로 지연됐지만, 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한은 경제모형실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작년 11월 경제 전망 당시보다 0.1%p, 0.2%p씩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등 무역적자국에 부과한 고관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내년 성장률은 0.4%p 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의 경우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하방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관세 리스크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인하를 축소하거나, 원·달러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제 성장률이 둔화된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금융시장에도 영향이 미쳤다. 국내 주가의 경우 보호무역와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크게 하락, 밸류에이션이 장기평균을 상당폭 하회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대미수출과 여타국 수출 감소,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대한 하방압력이 증대될 것"이라며 "시장내 미국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고, 이에 대한 경계감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보편‧상호관세 확대 및 각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 무역분쟁이 확산 또는 장기화될 경우, 주가가 상당기간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 국고채 금리도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 국제총괄팀은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미·중 금융시장이 차별화될 경우를 상정해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했다. 이 경우 미 달러화 강세 및 위안화 약세 등을 통해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국제총괄팀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 격화시 달러 강세와 위안 약세가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특히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확대시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의 유출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