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망의 전조
전세 사망의 전조
  •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 jysuh@ysu.ac.kr
  • 승인 2013.08.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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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전셋값과 매매가의 희비쌍곡선이 지속되고 있다. 전셋값은 대체로 항상 올랐다. 매매가 또한 하락 자체가 별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 즉 전셋값이 꾸준히 높게 상승하는데 반해 매매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시그널이다. 특히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예외 없는 전셋값의 상승과 매매가의 하락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서 시장과 관련해 몇 가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첫째, 전세가격은 더 오를 것인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자체에 출시되는 전세매물이 가뭄에 콩 나듯 나오기 때문이다. 워낙 전세물건이 없는데다가 그나마 있던 전세물건들이 월세(반전세) 등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전세물건 자체의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돼버렸다.

상승폭이 상식적이지 않으니 어느새 전세는 '미친 전세'가 됐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세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 한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다.

둘째, 전세가격이 오르면 전세제도는 없어질까? 아니다. 매매가가 떨어지는 시점과 연관된다. 매매가가 현저하게 더 떨어진다면 전세제도는 없어질 수 있다. 전세는 집값 상승에 따른 레버리지가 있을 때 존립할 수 있는 경제적인 상품이다.

그런데 집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다면 전세로 임대 놓은 집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월세전환율이 떨어짐에도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전세 사망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의 조기 퇴직과 연관된다. 전세물건의 품귀현상은 전세물건의 월세(반전세)화에 기인하며 노후자금을 마련 못한 1가구 다주택자인 베이비부머들이 전세물건을 월세로 돌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세는 없어진다. 정확히는 전세보증금에 기초한 순수 전세는 지역, 즉 서울·수도권 이외의 지방에서 당분간 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서울·수도권은 월세화가 빠르게 고착될 것이다. 만약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지역에서도 월세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월세가 임대시장의 큰 방향이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경향'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전세의 사망'이 아니다. 전세라는 제도의 메커니즘이 이제는 깨졌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세 중심의 임대차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월세를 중심으로 한 임대차로 옮겨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전세는 이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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