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산업 판도변화 태풍의 눈 'LG카드' 인수戰
카드산업 판도변화 태풍의 눈 'LG카드' 인수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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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사가 곧 '업계 1위'...우리, 신한-'리딩뱅크'위해 꼭 필요

외국계- 소비자 신용시장 연착륙 의도.
후발 전업사도 공격적 영업 전개할 듯.


2005년 시작과 함께 금융권 화두는 ‘은행대전(大戰)’이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대형화만이 살길이라며 시작된 ‘은행대전’은 2005년을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서 마지막 남은 매물인 외환은행의 인수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촉각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2006년을 맞이하고 2005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금융권에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은 바로 ‘카드대전(大戰)’이다. 외환은행보다 더 큰 매물인 LG카드가 이러한 카드대전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신용대란과 함께 불어닥친 LG카드 위기는 고통스런 구조조정 노력 끝에 이제는 정상화와 함께 금융권 인수·합병(M&A)의 중심 속에 선 것이다.

현재 LG카드에 욕심을 내고 있는 금융기관은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씨티은행, HSBC 등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LG카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대어(大魚)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LG카드의 시가총액은 6조원 대지만 51%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 장악이 가능해 3조원 대면 인수가 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주채권은행이자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LG카드 매각을 위한 자문사를 선정,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는 LG카드 매각과 신한-조흥은행 통합이 완료되는 내년 2/4분기부터 본격적인 판도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에 삼성, LG, 비씨 등 대형 3사와 현대, 롯데, 신한 등 후발 3사간 경쟁판도에 은행이라는 거대공룡이 끼어들면서 금융권의 합종연횡과 카드업계의 춘추 전국시대라는 혼전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은행의 LG카드 인수경쟁 격화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 LG카드 인수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우리, 신한금융지주다. 몸집을 키워 생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두 은행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이 앞으로 2∼3개 대형은행으로 재편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M&A 시장의 최대어인 LG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공적 자금 투입의 한계를 벗어나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시험대에 올라 있으며, 신한금융지주도 비은행부문의 강화를 위해 LG카드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300만명이 조금 넘는 카드 고객의 한계 때문에 소매금융을 보강할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

신한금융 역시 조흥은행 카드부문과의 통합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지만 그래도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다. 두 곳 모두 ‘2%’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카드를 인수하는 곳은 자산규모나 고객 수준에 있어 국내 금융업계 1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특히 두 금융지주사가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은 서로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이번 LG카드 인수경쟁은 ‘내가 아니면 너도 안 된다’는 식의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경쟁 상대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거나 비싼 가격으로 매각하도록 한다는 장기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 M&A전이 진행되면 단독 인수보다는 인수기관들끼리의 합종연횡(合從連衡)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외국계 은행도 물밑 움직임 시동
외국계 금융기관이 LG카드에 관심을 갖는 건 LG카드가 보유한 1천여만명의 고객정보를 이용, 국내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개인금융 및 소비자신용시장에 연착륙 하겠다는 것.

LG카드 인수전이 본격화된 이 달 초만 해도 인수업체로 국내 금융사를 우선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LG카드 인수자가 외국계든 국내 자본이든 상관이 없다는 분위기다.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 요인인 점을 감안할때 외국계 금융사를 굳이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얼마 전 방한한 씨티그룹 로즈 부회장은 LG카드 인수에 대해 “관심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계는 씨티그룹이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LG카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순이익의 60% 이상을 카드부문에서 올리고 있는 반면 한국씨티의 신용카드 자산은 4조원 정도로 비중이 7%에 불과하다. 대형은행과 덩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부문마저 밀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LG카드 인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특히 씨티가 장기적으로 추진중인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라도 LG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 최근에는 한국 금융기관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했던 영국계 HSBC은행도 LG카드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성공적인 한국시장 비즈니스에 고무된 HSBC가 올해 초 LG카드 인수를 위해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에 접근했지만 무산된 바 있어 이번 재시도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LG카드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메릴린치를 꼽은바 있어 메릴린치까지 가세할 경우 LG카드를 놓고 외국계 금융기관과 국내 금융기관간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전개될 전망이다.

이처럼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LG카드 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은 1천만명에 가까운 구매력 있는 한국인의 생활패턴과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고스란히 얻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LG카드의 자산은 약 10조원이지만 수익창출능력으로 보면 최소 40조원짜리 은행과 맞먹는다

■전업계 카드사 지각변동 예고
2005년을 시작하면서 카드업계가 살아날 기미를 먼저 보여준 것은 후발 전업카드사들이다. 신한과 롯데카드가 연초부터 신용등급이 상승되면서 여타 카드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상향조정됐다. 또 현대카드는 GE와 제휴를 맺으면서 대외 신외도를 제고하게 됐다.

이러한 영향은 2006년에도 이어저 내년은 전업계 카드사들의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우선 매각을 앞둔 LG카드를 어느 금융회사가 갖고 가느냐에 따라 1위 업체의 이름이 바뀐다.

굳이 ‘LG카드 매각’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년 1/4분기 중으로 예정된 신한카드와 조흥은행 카드사업 부문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회원수 약 600만명으로 롯데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되는 등 후발 전업 카드사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 동안 통합에 주력하느라 신상품 출시 등 마케팅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점을 감안하면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신한카드의 공세에 맞서는 롯데, 현대 등 다른 후발 카드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롯데는 백화점카드 고객을 신용카드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올 상반기 중에 마무리짓고 하반기 들어서는 각종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등 상품군 구성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플래티늄 카드를 내놓는 등 상류층 고객 잡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최상위층을 위한 아멕스 플래티늄카드 출시도 꾸준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롯데카드는 업계 최저 수준인 2%대의 연체율이 최대 강점이다. 이 점은 공격적인 영업을 해도 감당해낼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현대카드 역시 GE와의 제휴로 개선된 신인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태세다. 현대카드W 등을 내놓으면서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년에도 지속할 방침이다. 그룹 오너 일가인 정태영 사장의 적극적인 영업 마인드도 현대카드의 공격 경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회사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할만큼 뛰어난 아이디어로 무장한 현대카드의 마케팅 능력은 전적으로 정태영 사장의 오너십에 기인한바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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