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중수 총재 "신흥국 불확실성 줄어들 것"
[일문일답] 김중수 총재 "신흥국 불확실성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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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결정은 이미 예견된 내용"이라며 "각 나라별로 대처 능력이 생겨, 신흥경제권의 경제 불확실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중수 총재는 13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신흥경제권이 거시경제 안정정책을 취하고 구조 변화에 대한 노력을 견지한다면 지금보다는 변동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연준이 두번째 테이퍼링을 실시했는데. 불확실성이 커질 거라고 보나?

-미국 연준은 상황 변동에 따라 테이퍼링을 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향후 시장의 불확실성은 선진경제권과 신흥경제권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선진경제권은 이런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신흥경제권은 국가별로 각각 다른 영향을 받았다.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때문만이 아니라 각 나라별 경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1월의 경우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가 예상치만큼 높지 않았고, 아르헨티나는 통화 가치 하락 문제로 불안전성이 있었다. 어느 요인 하나가 맞다고 볼 수 없고,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앞으로 신흥경제권의 불확실성이 커질것인지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다. 신흥경제권이 좀 더 거시경제 안정정책을 취하고, 구조의 변화에 대해서 노력을 견지한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변동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이퍼링 자체는 예견된 일이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어느정도 대처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최근 중국의 '그림자 금융'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국 그림자 금융은 중국 자체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중국은 규모가 큰 만큼 그 안전성에 국제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도 그림자 금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타국과 다른 규제 기준을 갖고 있다. 또 은행에 접근성이 높지 않은 중소기업, 취약계층이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동일한 잣대로 볼 수 없다.

지난 연말 이후로 중국 그림자 금융이 매우 불안정해졌다. 단기금리가 크게 올라가면서 한때 많은 관심을 끌었다. 지금은 당시 제기됐던 문제에 비해 많이 진정됐다. 중국 당국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위안화 예금이 늘어났는데,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봐야 하나?

-지난 3~4개월 동안 위안화 예금 규모가 10배 늘었다. 지난해 9월 말 7억달러에서 지난달 말 70억불을 넘어섰다. 현재로선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우려의 대상이라고 보진 않는다. 올 1월에는 중국에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일어나, 은행간 금리가 작년 4.2%에서 7.2%로 290bp가량 늘어났다. 이로 인해 차익 거래 유인이 생겼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외채가 늘어났다는 판단은 안하고 있다. 국내에 달러가 풍부했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중 통화스와프를 무역결재에 이용하는 제도의 실제 이용실적이 낮은데.

-지난해 한은이 많은 노력을 했다.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양 나라의 제도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중국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중국 인민은행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총재한테도 부탁해 제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위안 마켓을 형성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예전에 원-엔 마켓을 운영하다가 지속되지 않은 경험이 있다. 상대방과 적절한 협의를 통해 신중히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공화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큰 틀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넓혀가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매우 중요한 물꼬를 틀었기 때문에 앞으로 잘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우리 기업과 수출 기업간 이해도가 높아져야 하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많아져야 한다. 투자해야할 부분이 참 많다. 결코 작은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가 어느정도 커지면 공급이 좇아가지 않을까 싶다.

▲작년 12월 한국이 '세이프헤븐'이냐는 질문에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는데, 아직도 같은 의견인지.

-단정적으로는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시장이 다른 신흥시장과는 여러면에서 차별화됐다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차별화되진 않는다. 금융 시장은 매우 유동적이고, 어떤 시장이든지 취약점을 갖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황을 단정짓거나 원칙만을 고수하고 변화를 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엔저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여러번 강조했지만 환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특정한 변수로 인해 경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 변수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엔저 추세가 이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엔저 효과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후임 한은 총재의 덕목은?

-인사는 인사권자가 적절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후임에 대한 얘기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사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신흥경제권의 경제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하는지.

-신흥경제권 내에서도 국가별로 상태가 다르다. 더 큰 문제는 신흥경제권과 선진경제권 간에 경제 불안이 전이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신흥경제권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가면 갈수록 줄어들 영향이 있다. 많은 신흥경제권 국가들이 적어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경제 위기 당시처럼 신흥경제국들이 취약한 건 아니라고 본다. 당시에는 환율이 매우 경직됐고, 인플레이션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안정됐다. 신흥국들의 외환 보유액도 많다. 전반적인 경제 위험이 적은 상황이다. 

▲이달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공조 논의가 진행될까.

-국제 경제의 안전성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2010년만 하더라도 선진경제권과 신흥경제권이 뚜렷하게 차별화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각국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정책 정보를 공유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룹을 나눠 대결하는 형태로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거다.

어제 바로 그런 문제가 제기됐다. 재닛 옐렌 연준 의장이 의회에서 신흥경제권에서의 경제 위기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두고 미국이 신흥경제국의 위기를 무시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해석이다. 글로벌 경제 안정 방법을 찾는 데 대해 서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기 이후 총재와 금통위원이 바뀌면 금리가 변동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은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 금융 불안을 희망해 이득을 얻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국가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2012년 이후 선진국 상황을 보면, 캐나다, 노르웨이 등 타국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변동한 적이 없었다. 체코, 말레이시아 등 신흥경제권도 마찬가지다. 그 외 인도, 터키, 브라질이 금리를 바꿨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한국 경제와는 비교할 수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 금융이 해야할 일이 있겠지만, 금융은 안정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마무리 발언>

어제 미국 연준 통화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의 취약성이 대만과 더불어 가장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다고 '한국은 15개 국가 가운데 취약성이 제일 약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자만하지 않겠다. 금융이라는 것은 매우 유동적이다. 상황이 좋다고 해서 간과할 수 없다. 중앙은행으로서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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