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신용등급 장사 '고질병'…무용론 고개
신평사, 신용등급 장사 '고질병'…무용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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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에 휘둘리는 구조적 한계
업계 "독립성 강화 방안 나와야"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신용등급 장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반복되는 부실평가 논란에 신용평가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신평사들은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탓이라는 입장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들이 평가대상 기업과 사전 등급 조율 등 뒷거래를 한 혐의를 적발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앞서 금감원은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발행이 있었던 동양그룹 사태 이후 국내 신평사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검사 결과 A평가사는 B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계획이었으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발행을 앞둔 B기업의 부탁을 받고 등급 조정을 늦춰줬다. C평가사는 신용평가 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평가 대상 기업들에게 높은 등급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용평가사와 기업이 짜고 신용등급을 매기거나 강등을 유예해 준 사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같은 관행은 과거부터 지속돼 왔다는 게 중론이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뒷북 대응이 빈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한신평은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에 대해 "원리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영업정지 후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또 2012년에는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신평사에서 A등급을 받은 회사가 워크아웃되는 첫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에야 3대 신용평사가 신용등급을 조정해 역시 질타를 받았다.

이같이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신평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평사가 평가를 받는 기업에게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정부가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3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으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주는 신평사에만 일을 맡기다보니 모든 신평사가 살기 위해서 신용등급 부풀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신평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하는데 수수료를 받는 입장이라서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부실평가 논란이 계속되면서 '신용평가 무용론'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투자사 채권 담당자도 "회사채를 매입할 때 신용평가보다는 업계에 떠도는 정보를 더 주의깊게 살펴본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손해를 뒤집어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평사 관계자는 "임의평가제나 순환평가제처럼 신평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계속 나와야지 이대로는 안 된다"며 "당국의 의지도 필요하고 신용평가사들도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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