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고객만족, 정보보호가 시작
국민銀 고객만족, 정보보호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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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금융기관인 국민은행에서 3만명의 고객신상정보가 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은 “직원의 사소한 실수에 인한 것으로, 고객정보가 담긴 파일을 받은 회원 이메일을 대부분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해명한 대목에서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직원의 사소한 실수 한번에 허물어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부통제시스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의 일상적 업무가 된 인터넷 마케팅 과정에서, 이메일에 대한 사전점검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굳이 전산시스템 문제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고객수 일천만을 자랑하는 국내 리딩뱅크에서 벌어진 기막힌 사고에 대해 쉽게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더구나 국민은행은 지난해 CD사건 이후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이 절대절명의 과제라며, 전사적 노력을 고객 앞에 약속하지 않았던가. 고객만족이 은행 성장의 열쇠라며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영업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국내 은행 어디서도 발생하지 않은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돌아왔다. 바로 직원의 사소한 실수가 여전히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의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3만여명의 신상은 정보공유의 시대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가 되어 두고두고 은행과 고객을 괴롭힐지 모른다.   

물론 국민은행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1년여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자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신상정보는 상업적 용도로 언제든 활용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나 점점 지능화, 첨단화되고 있는 범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사소한 실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내부통제와 고객만족에 주력해왔다는 은행의 호소에 야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행은 고객과의 신뢰관계로 유지된다. 고객들이 땀 흘린 대가를 고스란히 은행에 내밀 수 있는 것도 상호 믿음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똑같은 인사말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신뢰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고객의 이름조차 지키지 못하는 은행에 변함없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보다 수십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국민은행은 깊이 되새겨야 한다.

은행본연의 의무는 고객들의 재산과 사생활을 소중하게 지키는 것이다.

황철 기자 biggrow@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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