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 개인정보가 고작 9원?
[기자수첩] 내 개인정보가 고작 9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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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올해 초 홈페이지 해킹으로 가입자 981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KT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총 850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는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한 기업측 과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옥션 1000만, SK커뮤니케이션즈 3500만 등 크고 작은 정보유출 사고가 잇따랐지만, 방통위는 '처벌'에 해당되는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고, 과태료만 부과해왔다. 법률적으로 기업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KT 역시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KT는 방통위 의결 후 입장발표를 통해 '매우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평소 이통 3사가 규제기관인 방통위에 대해 언급조차 꺼리던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다. 한 KT 관계자는 "아무리 보안을 강화해도 해커에게 뚫릴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징금은 기업운영을 하지말라는 뜻"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와달리 소비자들은 방통위 조치가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내 개인정보의 가치가 고작 9원 밖에 안되냐는 것. 실제로 8500만원의 벌금을 피해 고객의 수로 나눠보면 1인당 8.65원 가량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KT 위반사례에서 과징금은 사업자가 개인정보유출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하는 등의 '매우 중대한' 위반이 아니면 1억원까지 부과할 수도 없게 돼 있다. 이번 유출 건은 그보다 낮은 수준인 '중대한' 위반이 적용된 데 따른 결과다.
 
결국 소비자들로서는 과징금 규모보다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기업측 과실로 인정했다는 데 의의를 둘 수밖에 없다. 사실 과징금은 업체의 책임성을 따진 결과물일 뿐이고 그 금액 역시 국고로 귀속되는 것이어서 소비자와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
 
무엇보다 이번 방통위 조치로 향후 전개될 정보유출 피해보상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이통사들로 하여금 고객정보 보호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공공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좋든 싫든 이통3사 중 한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3사의 고객정보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번 방통위 의결이 이통사의 보안을 강화시키고 소비자 피해구제의 길을 여는 첫 교두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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